後漢시절 뛰어난 선비를 널리 기용했던 성제成帝와 달리 그의 아들 애제哀帝는 인물됨이 탐탁지 못해 조정의 실권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일족에게 넘어가고 왕은 그저 향락과 미소년들과의 동성애에 빠져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때나 충신은 있는 법, 그 중 정숭鄭崇은 哀帝의 행실과 왕족들의 횡포에 대해 간곡하게 간을 했다. 처음에 哀帝는 鄭崇의 당당한 태도에 눌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 했지만 점차 귀찮아했고 잘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를 기회로 여긴 간신들은 「폐하 鄭崇은 대궐밖에 있는 종족宗族과 내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 특별한 경계가 요망되오며,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단호한 조처가 있어야 할 줄로 아옵니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哀帝는 곧 鄭崇을 불러 「너의 집 대문간에는 마치 장마당처럼 사람이 들끓고 있다는데(門前成市), 그것이 사실이냐?」라고 노발대발 힐문을 했다. 哀帝의 이 말은 벼슬을 사려는 사람들이 뇌물을 들고 장마당처럼 몰려들고 있다는 뜻이다. 鄭崇은 「비록 신의 집 문전이 장마당 같다 할지라도 신의 마음은 물과 같소이다.」라고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哀帝는 鄭崇을 옥에 가두었고, 많은 충신들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鄭崇은 옥사하고 말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뇌물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고관집 개가 죽으면 사람들이 몰려가는 일, 권력자의 자식 결혼식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축하객,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이 되면 주변에 수많은 사람이 들끓는 일.」 모두가 門前成市와 관련된 상황들이다. 북유럽의 국회의원들처럼 도시락 싸서 자전거 타고 출퇴근을 해도 門前成市가 이루어질까?

大選 때가 되면 자격 미달인 형편없는 인사들까지 ‘애국자인 양, 국민을 위하는 양’ 나와 설쳐대고, 또 어김없이 장차 대통령을 등에 업고 한 가락 하고 싶은 똘마니들이 음식에 파리 끓듯 모여드는데,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성길모 전 화순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