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화)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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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일수록 자기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기쁘게 즐겁게 해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기쁘게 하고 위로하며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이런저런 헛고생 끝에 내 자신도 몇 가지 낙(樂)을 찾아보았다.
첫째는 산책하는 일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나만의 공간을 찾아가 걷는 일이다. 산책하며 자연과 호흡하다 보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나무향이 삶에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둘째는 차(茶)를 마시는 일이다. 맛과 향이 다른 차를 아침과 저녁으로 마시며 녹차 잎의 예쁜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본다. 녹차는 세계 10대 장수식품에 들어간다. 하얀 눈 속에 피어있는 녹차 꽃의 깨끗함은 환상적이다. 눈을 지긋이 감고 명상 속에 잠기는 시간은 오직 나만의 시간이 된다.
셋째는 맛집과 손맛 좋은 가게 주인을 찾아보는 일이다. 전통 맛집을 좋아하는 나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옛 방식대로 만들어주는 음식을 좋아한다.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서 손맛 좋은 주인을 만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깊은 행복에 젖는다.
예전에 영암에서 먹었던 연포탕은 낙지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호남은 맛의 고향이다. 벌교 꼬막, 무안 낙지, 여수 서대회, 장흥 삼합, 목포 민어, 광양 전어 등등. 갯뻘이 주는 고마움은 끝이 없다.
넷째는 고전을 찾고 읽는 일이다. 옛 선인들이 삶을 달관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책을 훓어 보는 일은 나를 더욱 살찌게 하고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다섯째는 음악을 듣는 일이다. 클래식이건 올드 팝, 뉴에이지, 트롯 어떤 장르 이든 듣는다. 반찬을 고를 때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가리지 않고 먹듯이 음악도 편중되지 않고 그냥 즐기는 것(樂)이다.
바람 속에 꽃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리는 게 자연의 시간이듯이 떨어진 꽃잎을 슬퍼할 필요가 없다. 생활하는 것이 희극과 비극도 있게 마련이고 시작과 끝이 있듯이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며 흘러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다. 만족이 채워지면 중추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다.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노년(老年)이 되면 사람들은 보다 성숙된 체통을 지키기 위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벗어나 의연해 보이려 힘쓴다. 나이를 보태기보다는 빼려 하고, 가부장이라는 위치를 지키려 다리에 힘이 빠져가도 목소리만큼은 크게 위세를 부린다.
뜨거운 커피를 마셔도 가슴에는 춥게 느껴지는 이때, 겨울의 찬바람에 괜히 눈시울도 붉어진다. 갈수록 텅 비어가는 들녘의 풍경 속에 가슴속의 꿈을 잃지 않으려고 크게 기지개를 활짝 펴면서 잠시라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려고 눈을 감아본다. 세월이 살아온 내게 준 유산(遺産)은 그래도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준 것을 고맙게 여긴다.
 문장주 의원 원장 |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