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되어가는 퇴락한 제각의 모습

‘대한민국은 묘지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되어 왔다. 전 국토의 2%에 2천 만기 이상의 묘지가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주변의 낮은 산등성이를 묘지들이 빼곡히 채워가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장탄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요즘은 화장(火葬) 비율이 90%를 넘어서기 때문에 매장으로 인한 ‘봉분 묘지’ 확대는 급감하고 있으나 화장을 하더라도 자연장(自然葬), 평장(平葬)을 하는 경우에는 산지(山地)를 잠식하게 되고, 특히 표지석(標識石) 등 석물(石物)을 설치하여 산지와 농지를 훼손하는 것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농지 잠식’으로 인한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쌀 생산에는 큰 영향이 없으나, 대부분의 밭작물은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높아져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논에다 밭작물을 심으라고 권장하고는 있으나 대체 가능 면적은 약 7%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잡곡 및 기타 작물의 자급률은 20%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닥쳐올 ‘식량 위기’를 생각하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단의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화장(火葬) 문화였다. 그런데, 90% 이상의 고인(故人)들을 납골당(納骨堂)으로 안치하다 보니 이제는 그것마저도 만원사례가 되어 소위 명당에 위치한 곳에는 예약 열풍이 불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납골당(추모관)을 새로 건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바, 혐오시설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한가지 묘안(妙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제각(祭閣)과, 제실(祭室), 영모당(永慕堂), 추모당(追慕堂)에 유골함(遺骨函)을 모실 수 있는 진열장(陳列欌)을 설치하면 한 채의 건물에도 수백에서 수천 기의 영혼을 모실 수 있는 것이다.

화순군만 하더라도 각 성씨의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 등 조상을 기리는 수백 년 된 한옥이 212채나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후손들의 관리 소홀로 유지 보수가 제대로 안 되어 대부분 훼손(毁損)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예산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으나, 가능하다면, 2000년도에 ‘산속 납골당 설치 권장 사업’ 시 몇백만 원 정도의 보조를 했던 것을 참작하면 될 것 같다. 행정 관청에서는 예산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권장만 해도 상당한 정책 효과가 날 것으로 판단된다.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에 추모관(追慕館)을 설치하는 것은 일견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묘지난(墓地難), 납골당난(納骨堂難)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식량자급률을 높이며, 삼천리 금수강산을 보존하는 애국의 길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다 같이 크게 공감(共感)해야 할 것이다.

화순군에서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우리 지역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결과를 평가한 뒤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법제화를 통해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이 칼럼은 ‘아리랑관광장의’ 원충규 대표님(010-3602-4555)의 요청과 제안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화순자치미래연대 상임공동대표 박세철

장묘전문가 원충규 아리랑관광장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