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사람들 칼럼> 모두가 하늘이 되는 시대, 새 펼침막을 걸자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2025년 04월 21일(월) 18:33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온갖 악행을 일삼던 대통령이 국민들의 힘으로 물러났다. 2017년 촛불혁명의 꿈을 민주당에 맡기며 크게 실망했던 우리 사회는 다시 새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말만 그럴듯한 민주당이 또다시 수백만 응원봉의 큰 열망을 당리당략으로 비틀며 ‘그들만의 잔치’로 몰아가지 않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비판·제안·압박해야 한다. 다 같이 존중받는 세상, 서로 모시는 아름다운 관계로 법이 없어도 되는 사회, 너나없이 노동이 즐거운 7공화국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돌아봐야 할 문제도 있다. 비판은 쉽고 누구나 비평의 자유가 있다. 특히 권력일 경우는 더욱 당연하지만 ‘내 안의 문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기 힘들다.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면서 세상은 늘 비판하고 권력자나 공무원을 욕한다면 뭔가 부족한 것 아닐까? 좋은 말은 늘 하면서 행동은 그에 알맞게 하지 않는 것은 어떤가? 남의 문제는 쉽고 나의 문제는 어렵다. 내 생각과 행동이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과 어울리는가를 늘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거리에 펼침막이 어지럽다. ‘000 아들 행시 합격’, ‘000 서울대 합격’, ‘000 서기관 승진’... 자랑스럽다는 일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일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조선시대부터 과거 합격, 입신양명, 가문 등 지배층은 받들어졌고 그 권위로 백성들을 억누르며 다스려왔다. 조선 선조 시절 ‘정여립의 난(?)’ 때 송강 정철이 이끌며 호남의 선비 1천여 명을 죽였다는데, 높은 벼슬을 하고 문장을 잘 썼다고 존경해야 하는가?

우리는 대개 검판사들을 욕하는데, 가까운 친척이 검판사로 있으면 자랑하며 어깨에 힘을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들의 힘을 빌어 풀려고 한다. 유명 병원에 아는 의사가 있으면 청탁하여 진료순서를 가로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입을 피해는 안중에 없다.

학교 점수 잘 따서 본인이 잘사는 길을 가는 것,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자체로 펼침막을 걸어줄 일인가? 그들의 출세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높은 지위나 공부의 결과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하는 정책을 내거나, 세상을 변화시킨 발명을 하거나, 큰 기부나 봉사를 했다면 당연히 칭찬하고 펼침막도 크게 걸 일이다.

이제 펼침막을 바꿔 걸자. 내 지위나 출세가 세상의 도움 때문임을 느끼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봉사하는 공무원,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성심껏 지역민과 소통하며 문제를 푸는 정치인, 몸과 마음과 돈을 내며 봉사하거나 기부하여 훈훈함을 불어넣는 사람, 서민과 어울리며 그 정서로 작품을 꽃피우는 예술인, 권력과 돈에 굴하지 않는 꼿꼿한 언론인 등을 위한 펼침막을 걸자.

우리 사회에 훌륭한 분들이 많다. 광주 국제고와 전남여상을 세운 춘담 최병채 선생, 진주의 김장하 어르신, 원주의 무위당 장일순 선생, 양산의 채현국 선생 등 훌륭한 분들을 모범 삼아 서로를 어루만지고 다음 세대를 아우르면서 더불어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면 어떨까? 하늘과 땅이 새로 열리는 개벽(開闢)은 내 마음에 하늘을 모시며 스스로를 돌이켜 살피는 것부터 시작한다.

김동성
청풍면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