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사람들 칼럼> 자치와 인구감소 박원균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 상임이사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2025년 08월 21일(목) 19:02

화순읍 전경

화순 같은 농촌의 인구감소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생활인구’등의 개념을 도입해 만회해 나간들 돈벌이엔 도움이 되겠는데, 자치라는 기본 정체성엔 치명적이다. 인구감소는 뭉뚱거려 머릿수만 주목하는데 실은 숨어있는 복잡한 현상들이 있다.

젊은 인구 유출로 떨어지는 활력은 기왕에 잘 안다. 읍 중심으로 활력이 유지되거나 커지는 반면 그 외 지역은 급속히 몰락하는 모습은 행정적으로도 대처가 난감할 일이다. 화순은 읍이 광주 도심과 가까워 더욱 이런다. 이러면 몸만 화순에 사는 외지인의 유입과 기존 화순사람들의 읍 편중으로 여론형성, 지역참여 등 자치의 기본이 되는 요소의 왜곡이 불가피하다. 최근에 내가 경험한 바로는 외지에서 들어오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도 인구감소의 질적 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귀농귀촌교육 프로그램에서 이웃 간에 분쟁과 갈등을 최우선 순위로 다루고 있었다. 물론 강사는 시민의 자발적 화해역량을 강조하며 ‘평화는 전략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긍정적인 입장에서 해결을 강조하며, 이것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활성화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뒤집어 보면 귀농, 귀향에 토착민들의 배타적 태도가 상수라는 거다.

실제로 귀농귀촌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완곡하게 “눈 감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닫고 3년”식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도 이 점을 상당히 걱정한다. 내가 전에 해남에서 몇 년 산 적이 있다. 그때 서울 등지에서 살러 온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보이지 않은 소외로 고생께나 하는 걸 봤다. 더 유별난 게 선거 때 드러났다. 능력이나 열정이 출중한데도 외지인은 물론이고, 귀향한 사람에게도 문을 닫았다. 이해가 첨예하게 걸리면 잠복된 차별은 날카롭게 드러났다. 당시보다 나을 것이고 해남과 화순이 똑같지 않겠지만 근본은 같다.

화순에서 횡행하는 말들 중 하나. 지방선거에서도 군수 선거. 민주당 독점이니 정당 요인은 배제하겠다. 어찌어찌해서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고 하자. 이미 어느 지역 출신, 어느 성씨받이, 출신 학교로 나뉘어 정리되고 유권자 2천여 명이 당락을 좌우한단다. 믿거나 말거나 이 정도선에서는 매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은밀한 결탁이 일부라도 사실이면 신선한 생각이나 발언, 인물의 등장이 활발할까. 풀뿌리민주주의와 자치가 숨 쉴 공간이 있을까.

앞서 말했지만 인구 유입에는 머릿수만 아니라 수준 있는 유입, 여러 부문에 탁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인구 유입에 대한 고려와 기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애써 외부와 연대와 외부인의 유입에 대한 경계를 크게 누그러뜨려야 한다. 절대적으로 빠져나가는 인구의 감소를 메꾸는 것 이상의 의미있는 인구유입이 인구감소의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또 자치의 정상적인 실행에 결정적 요인,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대도시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망국적인 집중화, 수도권 일극 거대화 상황에서도, 거꾸로 농촌으로 어촌으로 돌아오려는 귀한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 경계와 차별이 사라져야 자치가 살아난다. 역설이며 사실이다.

박원균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전 상임이사
광주전남 민언련 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