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책> 군민의 명령이 모든 은혜보다 무겁다

한학자 未能 金塗洙(미능 김도수)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2026년 06월 24일(수) 15:41
새로운 화순군수가 탄생하였다. 선거는 끝났고 이제 군정이 시작된다. 군민은 새로운 군수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고 있다. 기대는 화순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희망이고, 우려는 과연 군민만을 바라보는 군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한 가지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린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선인을 도운 정치권 인사들과 지역 유력 인사들이 적지 않았고, 그 가운데는 과거 군정을 이끌었던 전직 단체장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거에서 도움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이다.

만일 당선의 과정에서 맺어진 정치적 인연과 인간적 채무가 군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화순의 미래는 또다시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개혁이 필요한 사안도 미루게 되고, 인사는 능력보다 관계가 우선되며, 군민 전체보다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가 앞서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서경》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 하였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무리도 없어야 비로소 바른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군수는 특정 정치인의 군수도 아니고 특정 조직의 군수도 아니다. 오직 군민 전체의 군수일 뿐이다.

더욱이 화순의 정치 현실은 다른 지역보다 더욱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후보 개인의 능력과 철학, 도덕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군민의 선택이라기보다 정당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는 선거가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당선자가 군민보다 공천권자와 정치적 후원 세력의 눈치를 보게 될 위험이 커진다. 군민에게 평가받기보다 정당과 정치권에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 지방자치는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된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른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하였다. 지금 새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공의(公義)이다.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 감사는 하되 군정의 기준은 오직 군민의 이익과 지역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화순은 이미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군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지역의 명예가 실추되는 아픈 경험도 있었다. 그렇기에 군민은 이번만큼은 과거와 다른 군정을 기대하고 있다.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 정파에 흔들리지 않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원칙대로 일하는 군수를 바라고 있다.

당선의 은혜는 감사의 인사로 갚을 수 있다. 그러나 군민의 은혜는 선정(善政)으로만 갚을 수 있다. 군수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자신을 도운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는 군민이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군민과의 약속이다. 정치적 빚을 갚는 군수가 아니라 군민의 기대에 답하는 군수, 특정 세력의 대표가 아니라 화순군민 전체의 대표가 될 때 비로소 이번 선택은 성공한 선택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한학자 未能 金塗洙(미능 김도수)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이 기사는 화순저널 홈페이지(http://www.hsjn.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