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빚어낼 새로운 문화시대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
| 2026년 08월 27일(목) 1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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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영웅이 불멸을 찾아 헤맸던 몸짓이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며 죽음의 공포를 달래던 풍경은 결국 미지의 영역을 설명하기 위한 인간적 안간힘의 첫 번째 기록들이었다.
손에 쥐어지지 않는 사후세계와 질병의 원인을 신의 섭리로 치환하는 순간 두려움은 비로소 통제 가능한 경외심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인류가 종교라는 거대한 상상의 성채를 쌓아 올린 최초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지배해 온 이 두려움의 지형도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지성 앞에 이르러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죽음과 질병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절대적 미지의 영역이었으나 오늘날 인공지능과 바이오 빅데이터는 그 베일을 한 겹씩 무자비하게 벗겨내고 있다.
전염병의 확산 경로와 변이 과정을 초고속으로 예측하는 AI 모델 앞에서 역병은 더 이상 신의 저주가 아닌 알고리즘으로 통제 가능한 변수가 되었고 영원한 침묵으로 여겨졌던 죽음의 문턱조차 유가족의 기억과 목소리를 학습한 디지털 아바타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일종의 데이터 보존 공학으로 편입되고 있다. 미지의 공포가 과학적 실체로 해체되는 이 문명사적 전환점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두려움에 기반하지 않은 생존의 단계를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문화와 예술의 본질을 완전히 뒤흔드는 거대한 파동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문명이 사후세계의 구원과 생존의 안정을 빌미로 거대한 사원과 주술적 예술을 빚어냈다면 모든 데이터가 명료해진 인공지능 시대의 문화는 결핍과 방황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숨을 쉬게 될 것이다.
AI가 일 초 만에 완벽한 화법과 무결점의 선율을 찍어내는 시대에 인간이 쥐어야 할 진짜 가치는 정답이 아니라 땀 흘리고 실패하며 상처 입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신의 영역이었던 미지가 알고리즘의 데이터로 편입된 무균질의 미래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찬란하게 빛날 문화의 얼굴은 생존의 강박을 내려놓은 채 온전히 자아를 응시하며 유희하는 순수한 사색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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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