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선 화순전남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암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작동했던 우리 몸의 면역계를 180도 바꾸어 암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적극적으로 돕도록 교활하고 영악하게 행동한다.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계에게 내리는 ‘교시’는 사이비 교주 못지않은 입담으로 매우 강력하다. 암 자신을 감추고 정상인 것처럼 위장해 주변 면역계를 속임으로써 암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면역계에 강력한 수갑을 채워버린다.

그리고 암은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각종 현란한 신호들을 면역계와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우리 몸의 면역계를 충분히 이용해 멀리멀리 이동하고 잘못된 교시를 퍼트리며 우리 몸의 면역계의 도움을 받아 쑥쑥 자란다. 그래서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고 교묘한 전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외부의 나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전적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의 면역계는 암 같은 내부 스파이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파수꾼의 역할을 잘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해 줄면역계의 착한(?) 면만을 면역의 전부인 줄 알아 왔다.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면역이라는 것을 얼마나 단편적으로 이해했는지 말이다.”

- 윤미선 화순전남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저, 『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 일부 발췌 편집

올 가을, 암 의학계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킨 한 권의 책이 발간됐다. 화순전남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미선 교수가 10여 년을 공들여 발간한『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이 바로 그 책이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 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 윤미선 교수를 인터뷰 석에 초대해 『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을 출간하기까지의 배경과 암 환자와 보호자, 연구진들에게 바라는 저자의 생각을 들었다.<편집자 주>

▲ 책을 발간한 소감

기존의 면역치료 관련 책자들은 최신 암 면역치료제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고,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과 혼선을 예방하고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어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 면역치료 등 최신 치료법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통해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길 바란다.

『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 표지

▲ 책을 발간하기까지

이 책이 암 환자들과 일반인, 연구진들에게 쉽게 읽혀질 수 있도록 그래픽과 삽화, 카툰 등을 많이 넣었다. 삽화를 하나 그리는 것도 의학적 내용을 담아내야 해서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어느 면역세포는 무전기를 들고 있어야 하고, 어느 세포는 폭탄을 달고 있어야 하고... 일반 독자들은 이런 것들이 별로 안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의학연구자로서는 그런 부분들까지 매우 중요해서 디테일하게 작업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삽화를 그리면서 시놉시스를 쓰면 그에 맞게 내용을 보완해야 하고... 시놉시스, 카툰 삽화, 자료 등을 계속해서 추가 보충해 나가며 독자가 최대한 읽기 쉽도록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 정도 걸려서 겨우 책이 완성돼 나올 수 있었다. 내용과 맞는 그래픽을 만들고 설정을 잡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서 막판까지 출판사와 편집디자이너들의 고생이 많았다.

최근, 의학계는 면역치료와 면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단계이다. 내년에 면역에 대한 플랫폼을 화순에서 유치할 예정이다. 이렇듯 면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책을 내게 돼 암 환자들과 보호자들 그리고 이쪽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반인분들이나 연구하는 이들 모두 면역치료제의 세 가지 흐름, 표준치료 등에 대한 방향잡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면역치료제가 어떻게 탄생을 했고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다뤘다.

▲ 건강기능식품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 책을 읽고 나서 홍삼이나 버섯류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암 환자나 보호자들이 홍삼이나 버섯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기대감을 갖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면역 항암제의 작용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나면, 많은 암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은 이런 건강식품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쉽게 현혹되거나 잘못 사용해 병세를 악화시키거나 문제를 키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면역이라는 것을 흔히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연관을 짓곤 하는데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 엄청난 폭탄도 암과의 전쟁 이길 수 없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의 원인균을 알아내는 것처럼, 암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낸 후 그에 따른 치료제가 발명돼 암을 완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진작 산산이 부서졌다.

인간 유전자 지도가 다 밝혀졌고 암세포의 수많은 표적을 찾아내 공격해도 요리조리 무수히 많은 샛길로 빠져나가는 암과 맞닥뜨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암은 우리 몸의 ‘세포’가 여러 이유로 변화하기 시작해 점점 무한히 증식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 몸이면서 우리 몸의 제어 신호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자라나는 ‘암세포’를 다루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동안 엄청난 폭탄을 많이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는 이런 강력한 무기와 전술만으로는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발하고 전이된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으로 어떻게든 암이 세력을 넓히며 기승을 부리는 것을 막아보고자 했다. 병원에서 주로 권유하는 이런 치료를 ‘표준치료(수술, 항앙치료, 방사선치료)’라고 부른다.

표준치료는 전이되고 재발된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암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줄여주어 적당한 체력으로 큰 불편함이 없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내게 한다. 하지만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 중’에도 우리 몸은 ‘암을 키우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