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및 유족들이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유족회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3일 조사기간 1년 연장을 의결한 가운데, 과거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유족, 국회의원들이 2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기간과 신청접수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10월 30일 진실화해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과 같은 당의 윤영덕·서동용·강민정·이학영·이형석 의원, 무소속 윤미향·이성만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윤호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 상임대표와 최종순 유가협 의문사지회장, 오수미 삼청교육 피해자유족회 대표, 이적 삼청교육피해자 전국협의회 이사장,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조종주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 이동석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대표,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등도 각 단체 회원들과 함께 자리했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윤호상 상임대표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유족회 제공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윤호상 상임대표의장은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위해 진실화해위원회 1년 연장을 발표했지만 1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진화위 조사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민간인학살신청건수대비 10%에 못 미치는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최소 1년+1년을 더한 2년을 연장해야 소기의 진실규명 목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전쟁에 발생한 민간인학살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유족 1세가 죽으면 2세가 이어갈 것이며, 2세가 죽으면 3세가 대를 이어 진실규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참여단체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되고 8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5년, 한국전쟁 피학살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며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사망하거나 피해를 당한 조적 의혹사건 피해자들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는 국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이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고, 아직도 국가는 권력의 이름으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 진상을 규명하지 않느냐?”며 “정부와 국회 등 권력에겐 국가폭력 희생자와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가. 왜 피어린 몸부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냐?”고 했다.

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김선희 대외협력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유족회 제공

또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시행령마저 졸속으로 개정되어 현 진화위 운영 과정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사 문제는 진실규명의 방향을 잃고 이념 대립의 장이 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조사기간과 신청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단체는 “진실규명도 하기 전에 화해를 들고나오는 과거사 해결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실규명이 우선이고 화해는 차선이다.”며 “다수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그리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론 확정을 통해 돌아오는 2월 국회 회기 내 조사기간 및 신청기간 연장을 담은 진화위법을 반드시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화순유족회 양회림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쟁민간인피학살자 유족회 제공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양회림 화순유족회장은 “이 자리에 97세의 이영복 선생님께서 참석하셨는데, 돈 때문에 참석하셨겠느냐.”며 “진실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먼 길을 오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규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 국가에 의해 억울하고 무참히 희생된 국민의 아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조사기간과 신청기간이 연장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선희 대외협력위원장과 이형숙 추모연대 과거사 특별부위원장이 국회 사무처, 김진표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교흥 행안위원장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