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선 화순전남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전 편에 이어>

윤미선 화순전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전 편 인터뷰 기사 「‘면역’이 우리의 발등을 찍고 ‘암’을 키운다?」에 이어 『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에 실린 핵심내용과 연구 과정, 성과 등을 윤미선 교수가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어 싣는다.<편집자 주>


▲ 암 초기 발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암에 걸렸을 때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기만 하면 종양 면역계 자체가 암을 제거하는 아주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어 전부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가 되면 면역계가 오히려 종양을 키우는 데 협력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차단하는 게 우리가 지금 현재 말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이다.

면역계가 자기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는 신호가 밝혀지기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노벨상을 줄 정도이다. 수갑을 채운 면역계가 스스로 수갑을 풀어내는 치료방법인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그 수천 건 이상의 임상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 민간요법은 면역치료제가 아니다

이전의 의학계 의사들이나 학자들은 면역계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사이비 정도쯤으로 생각했다. 그 요인은 식이요법, 민간요법과 너무 결탁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홍삼이나 버섯 등이 암세포를 차단할 수는 없다. 암 요양병원에서나 우리는 민간요법이나 식이요법과 혼동해서 면역요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민간요법과 혼용돼 온 면역치료를 제대로 알리는 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민간요법은 단지 사탕 하나 물려준 것뿐이다. 진짜 중요한 식량이 아니었는데 그 사탕 하나 가지고 면역요법을 했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 내부 스파이 암에게 음식과 자동차까지 제공하는 우리 몸

초기에 암을 발견하고 치료해 암이 우리 몸의 면역계와 긴밀하게 신호를 주고받기 전에 전쟁을 끝내버리면 암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뒤늦게 암을 발견해 때를 놓친 후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 상황은 역전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내부 스파이인 암의 가장 큰 조력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길 확률은 25%가 채 안 된다.

문제는 최근에서야 우리 몸의 면역계가 내부 스파이인 암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었음을 발견하여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암 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재발견되지 않으면 안심하라고 하지만, 계속 내부 스파이인 암이 살 수 있도록 집과 음식 심지어 자동차까지 제공해 주는 우리 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암과 면역계의 교전신호 끊어내야...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는 암이라는 현상을 어떻게든 없애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암을 염두에 두고 치료한 것에 불과했다.

암의 완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내부 스파이인 암이 잘 크도록 도와주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기적절하게 암과 우리 면역계가 주고받는 교전 신호를 끊어내야 한다.

▲ 면역 혁명의 시대 도래

의사이면서 동시에 연구자로서 10년 넘게 방사선치료와 면역세포치료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행해 왔다. 또한 면역치료제, 면역세포치료 연구를 실행해 왔던 연구자로서 면역치료제 탄생 과정에서부터 관여하고 지켜보면서 연구의 흐름이 면역치료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일찍부터 감지했다. 일반 의사나 일반인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때부터 면역치료 혁명은 진행돼 왔다.

면역치료제가 일반 항암제처럼 쓰이는 시대가 향후 5년 이내에 도래할 뿐만 아니라 대세가 될 것임을 피부로 느꼈다. 그때가 오면 환자들이 면역 항암제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을 가질 것이 분명함으로 이것을 쉽게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이 책을 다른 사람이나 단체보다 먼저 앞당겨 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면역치료제, 면역항암제

의료진들만 가지고 있는 암 환자의 생존율 계산법 같은 경우,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다 주지 않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4기 암 환자의 사례를 충분히 들었다. 폐암에다 자궁경부암 4기인 환자가 4년에서 5년 이상 살아가고 있는 사례들을 싣는 등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4년이나 5년 이상 살아있는 환자들이 어떤 기적이나 민간요법에 의해서가 결코 아님을 말하고 싶다. 어떤 특정한 환자군에서는 특정 전이암이라고 하더라도 오래 살 수 있는 전이암이 있다. 그걸 예전에는 잘 설명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역동 관계에 의해서라는 걸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아마 지금까지 면역 치료제와 관련한 어떤 터닝 포인트가 없었을 것이다. 면역 치료제에 대한 접근을 의학에서는 세 가지 흐름의 방향에서 하는데 이런 개념이 나온 지가 불과 10년도 채 안 된다. 이 과정에서 면역항암제를 암 환자 대상으로 사용해 왔다.

▲ 면역치료란

몸속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 치매 등 난치병을 극복하는 3세대 치료방법이다. 1세대 화학요법이나 2세대 방사능 치료와 비교하면 부작용이 적다. 말기암 환자에게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치료법이다. 이 면역치료법은 2015년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완치한 후 크게 주목을 받게 됐다.

▲ 화순전남대병원,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 들어서다

화순전대병원은 개원 초부터 면역세포치료 흐름이 있었다. 세포치료 연구, 기초연구를 비롯해 산업화를 위해서 박셀바이오라는 기업을 만들어서 면역세포치료를 선두적으로 시행을 했다. 현재는 국내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그러한 연구성과와 노력들이 인정받아 국가 정부지원금도 받고 전남도에서도 지원을 해 줘 국내 최초로 대규모 면역혁신센터가 들어서게 됐다.

대다수의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에서 다루는 면역관문억제제가 하나가 있다. 다국적 세계기업들은 이 시험을 디자인하고 서포트 하고 있는데 화순전남대병원을 비롯해 국내 대형병원들이 여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개원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면역치료제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중기연구, 향후 면역혁신센터를 통해서 임상, 실용화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5년간 계속될 것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의 면역혁신센터는 전체 종양 내과의사, 혈행 쪽 내과의사, 호흡기 내과의사, 방사선종양학과 등 의사들이 전부 합심해서 이끌고 있다. 곧 면역치료제실용화센터, 면역혁신센터, 여러 기초연구, 중기연구, 실용화연구까지 다 아우르는 대규모 건물이 새롭게 들어선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국가면역치료 플랫폼 사업화 단계에서 화순전남대병원과 연구진들이 인정받은 것이다.

▲ 암 환자 치료 전공자에서 방사선종양학과로

전남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이곳에서 전공의, 임상 교수, 교수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왔다. 원래 전공은 암 환자 치료였다. 대부분 암 환자 치료는 수술이나 내과적인 부분으로 이뤄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원을 찾는 과정에서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곳에서 방사선종양학과를 알게 됐다. 생소한 학과였지만 암 환자의 20~30%를 방사선치료로 시행함으로 치료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이 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 종양 면역에 대한 후진 양성 중요

의과학과 대학원에서 암 면역에 대한 리서치 분야를 연구하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같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종양 면역에 대한 후진 양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하나는 면역치료를 방사선치료와 병합해서 암 환자에게 실제로 유용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다.

▲ 독자들에게 한마디

이 책 『암을 키우는 면역-면역치료제의 시대』는 면역 치료제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와 임상실험, 연구 결과 등을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암 환자와 보호자들, 일반인들이 이 책을 통해 면역과 면역치료, 면역치료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길 바라며 유익한 참고도서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화순전남대병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