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 감독, 죄송하다 입장 밝혀와... 용서와 화해를 준비하는 초석이 되길 기대했지만 실패 자신의 부덕, 오해와 소란에 용서 화순저널

2021년 05월 26일(수) 07:50

애꾸눈 광대, 이세상 총감독

26일 아침 일찍, ‘어느 봄날의 약속’ 총감독 이세상 씨가 25일 공연에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씨가 참석해 빚어졌던 소란과 항의 등에 관련해 입장을 밝혀왔다.

- 입장문 -

고마움과 죄송의 말씀 전합니다

5월 25일 애꾸눈광대 194회째 연극 ‘어느 봄날의 약속’ 공연에 성황을 이뤄주신 분들께 감사
와 죄송함을 전합니다.

‘5월단체’는 노재헌 씨가 민주 5ㆍ18묘지를 찾는 것은 진정성이 없고, 당신이 정치권 진출을 위한 것이며 노태우 씨를 국립묘지에 묻히게 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학살 원흉 중에서 그래도 낫다고 평가하며 노재헌 씨가 진상규명을 위해서 노력해줬으면 하고 두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첫째, 노태우 씨가 아들을 시킬 것이 아니라, 구급차라도 타고 광주로 와서 사과를 하는 게 옳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노재헌 씨와 함께 온 분이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노태우 씨의 상태가 너무 처참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지나친 요구를 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5월단체를 공식적으로 방문해라, 설사 멱살을 잡히더라도 정공법으로 돌파를 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21일 노재헌 씨는 조용히 와서 연극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언론에는 알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연극을 봤던 기자 몇 사람에게 24일에 5월의 상징적인 분들도 오시니 연극 관람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공연 당일에는 극장에서 가까운 광주공원에 설치돼 있는 ‘김 군 동상’으로 노재헌 씨를 안내하면서, 80년 5월 24일에 있었던 ‘송암동 양민학살사건’에 대해 전했습니다. 김 군은 고아 출신 넝마주이였으며, 이처럼 유해를 찾지 못한 영령들이 약 78명 정도 있다고 했습니다.

5천만 원의 사비를 들여서 동상을 설치한 분은, ‘김 군을 찾지 못하면 눈 감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러니 진상규명을 위해서 협조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후, 5·18묘지에서처럼 사과를 하든지 심경을 밝혀줄 것을 기대하면서 무대로 나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기자들이 질의를 하든지 제가 유도를 해서 광주시민들의 정서를 전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당신의 용단을 압박하려고 했습니다. 저로서는 약간 고단위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어머니집과 5월단체와 노재헌 씨랑 일정을 조율한 게 아닙니다. 또한 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양자가 서먹서먹한 것은 아닌 듯 싶어 편하게 관람에 집중하라는 차원에서 전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노재헌 씨는 연극에 집중한 듯 보였고, 관객들도 연극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마지막 진혼무를 연출한 배우가 유가족이란 설명을 한 것도 노재헌 씨에게 광주시민의 상처를 보듬어라는 뜻이었습니다.

어쨌든 소란이 있었던 것은 노재헌 씨의 인식이, ‘5월가족’과 광주시민의 정서에 부응하지 못해서라는 것입니다.

노재헌 씨 입장에서는 국립묘지 안장이나 당신의 정치권 진출을 위한 술수로 매도된 게 서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문제가 있으면 사과를 하고 수정을 하는 게 도리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고, 광주시민과 5월단체를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제 자신이 부덕해서 오해와 소란이 있었던 점, 시인하고 용서를 빕니다.

작년 7공수 출신 최영신 씨와 80년 항쟁지도부의 만남처럼 서로를 보듬어줬던 감동을 기대했습니다. 또한 어제의 자리가 용서와 화해를 준비하는 초석이 되길 기대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아무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어려운 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준 분들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좋은 작품을 통해 ‘5월광주’를 알리는데 분골쇄신하겠습니다.

고맙고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2021년 5월 26일,
살아있는 죄인 이지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