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천변에 갈대숲을 조성하면 어떨까?

칼럼
화순 천변에 갈대숲을 조성하면 어떨까?
석양의 역광 앞에 서있는 모습이 환상적인 갈대
파란 가을하늘과 하얀 갈대꽃이 아름다운 장관 연출
  • 입력 : 2023. 10.19(목) 14:05
  •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갈대꽃은 바람에 산들거리며 날리다가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에 씨도 날아가고 몸은 쓰러지고 남은 건 앙상한 뼈대 뿐이다. 푸르고 무성했던 여름 한철 뙤약볕에 시달리고 태풍을 견디며 지낸 젊음의 한때... 그래도 꺾이지 않는 의지의 날개를 활짝 폈었다.

억새와 갈대는 서로가 다른데...사람들이 구분을 못하고 혼동할 뿐이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꽃피고 지는 계절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억새는 무조건 산에서 자라고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고 보면 쉽다. 또 억새는 하얗고 갈대는 말 그대로 갈색이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갈대는 여자와 같이 부드럽다. 아예 솜털과 같다. 갈대가 여자라면 바람은 남자와도 같이 여겨진다. 보기엔 연약하게 보이지만 갈대는 흔들릴 뿐 꺾이질 않는다.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약한 갈대와 같지만 생각하는 갈대) 라고 하였다. 이탈리아 음악의 거장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Rigoletto)에서도 ‘여자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바람 앞의 깃털처럼 말과 생각을 바꾸고 거짓 눈물을 흘리는 갈대에 비유를 했다. 그러나 이제 여자의 마음은 갈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갈대라고 바뀌어야 한다. 갈대~~. 갈대에 관한 그리스신화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첫째는 님프인 시링크스(Syrinx)가 그녀에게 반한 목신(牧神)인 판(Pan)에게 쫓기다가 강에 이르러 붙잡힐 상황에 이르자 다급하게 강의 신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의 신은 그녀를 갈대로 변하게 하여 그녀의 팔을 잡은 판(Pan)은 손에 갈대만 쥐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Midas)왕의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가 그 말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 나머지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후 구덩이를 흙으로 덮었는데...바람이 불때마다 갈대가 나부끼며 비밀을 퍼뜨리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탓인지 갈대는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남녀 간의 밀애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고 꽃말도 <깊은 애정>이란 이름이 붙게 됐는지 모른다.

화순의 들녘 어디고 서있는 갈대를 보면 아름답다. 특히 석양의 역광 앞에 서있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얀 빛나는 드레스를 입고 날개를 펼치는 가을의 천사라 하고 싶다. 화순 천변에 갈대숲을 조성하면 새들도 머물고 물고기도 쉬면서 우리에게 큰 혜택을 줄 것 같다.

과거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갈대줄기와 뿌리를 빻아서 밀가루로 사용했고 어린 싹은 삶아서 야채로 먹었다고 한다. 정말 버릴 게 없다. 불이 나도 갈대뿌리는 남고 몸통만 타고 남아 재가되어 다음 해엔 비료가 된다. 새, 고라니, 살쾡이가 모여사는 공동아파트에 해당된다.

이런 갈대숲을 화순 천변에 씨를 뿌렸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젖어보면서 꿋꿋이 바람과 함께 가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만 하다. 가을에 흔들리는 트리오(Trio)는 국화꽃, 코스모스와 갈대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바람에 가장 강한 것이 갈대일 것이다.

갈대가 약하게 보이면서도 끈질긴 점이 사람에 비교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갈대의 꿈과 같은 날개를 펴보는 가을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파란 가을하늘과 하얀 갈대꽃이 아름답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