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나무 한 그루 키우고 계신가요?

인생나무 한 그루 키우고 계신가요?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고
  • 입력 : 2024. 02.08(목) 15:13
  • 김민지 시민기자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메이븐), 2019년, 가격 14,400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중략)”

시인과 촌장이 1988년 발표한 ‘가시나무’라는 곡이다. 이후 조성모가 전에 있던 곡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로 만든 곡이 더 많이 불렸다.

그날은 온종일 나무 그늘에서 서성였다. 때맞춰 약을 먹듯 ‘가시나무’를 들었고, 책으로 ‘나무에서 인생을 배우던’ 중이었다. 틈틈이 에스엔에스(SNS)도 접속하면서. 나무 사진이 처음 눈에 띄었다. ‘먼나무 아시나요?’라는 게시글과 2장의 사진이 있었다. 그의 인생나무였을까. 게시글을 올린 사람은 구복규 군수였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던가. 나무가 글이 되었다. 아마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무심결 지나쳤을 일이었을 터인데.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나무는 사람을 키운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가슴 먹먹하게 하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지만.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에서 여러 이야기를 글로 읽었다. 살구나무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버팀목이 되어 줄 인생나무도 생각해 보았다. 먼나무도 그중 하나였다.

저자는 나무의 깊은 지혜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인생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나무에서 답을 얻었다고 한다. 어려서 천문학자를 꿈꿨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정처 없이 방황했다. 그런 그를 붙잡아 준 것이 나무였다.

도제로 들어간 원예 농장에서 함께 일했던 노인의 가르침은 평생의 신념이 되었다. 가지치기 하나만 보더라도 ‘나무를 자를 때는 나무에 먼저 물어봐라’라는 것이었다. 나무를 다룰 때는 언제나 나무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우선되어야 한다는 소중한 지혜였다.

저자는 나무 의사로 나무 병원 ‘푸른공간’을 설립해 아픈 나무를 돌보며 30년을 일했다. 차츰 치료 일을 후배들에게 넘기고, 강의와 집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인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비롯해 11권의 저서가 있다. 나무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나무의 미래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숲해설가 협회 전임강사로 활동하며 숲해설가와 일반인을 상대로 다양한 강연을 하고 있다.
▲먼나무 “나무들의 천국 제주도에 겨울철이면 유독 이름을 묻게 되는 나무가 있다.”

책에서는 먼나무를 ‘단점이 다 열등감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안내했다.

“이 나무가 뭔(먼) 나무인가요? 네? 말장난 같지만 이름이 진짜 먼나무다. 먼나무는 짙은 회갈색의 매끈한 수피가 줄기부터 가지까지 고르게 덮인 단정한 모양새를 갖췄는데 광택이 도는 도톰한 잎이 수줍은 듯 안으로 살짝 접혀 있어 다른 나무와 구별된다.”

먼나무의 진짜 매력은 열매에 있다고 한다.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무리 지어 열리고, 한겨울 지나 봄이 올 때까지 나무 전체를 뒤덮는다고 한다. 다른 열매는 모두 떨어진 다음, 새빨간 열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먼나무는 새들에게 질 좋은 먹이를 주는 대신 새가 씨를 가져가 더 멀리 뿌려주기를 바란다. 새들에게는 한겨울 내내 탐스러운 열매를 가득 달고 있기에 눈물 나게 고맙고 소중한 곡식 창고가 아닐까 한다.
▲주자묘 입구 가는 길과 화순읍 시가지 칠충로

사람들은 심을 생각만 하지 정작 나무가 어디를 좋아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라는 뜻이다. 나무를 키울 때 가장 기본으로 알아야 할 원칙이라고 한다. 어디에 심겼느냐에 따라 나무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같은 가로수라도 화순 능주간 옛길 메타세쿼이아는 풍성한 자태로 멋스럽지만, 도심지 나무는 나뭇잎이 하수구를 막는다는 이유로 닭발 같은 모습으로 안쓰럽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변화를 올곧이 받아들이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 나무가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나무는 봄에 생명력, 여름에 그늘, 가을에 열매, 겨울에 이겨냄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계절마다 소중한 자신을 내어주며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다. 사람은 나무를 보고 있어도 그 고마움은 잊은 채 살아간다. 바빠서인지 마음의 여유 탓인지 메마른 가지들이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는 데 인간은 삶에서 듣지 못한다. 다만 편의에 따라 구분할 뿐이다. 팥죽땀 흘리던 여름, 시원한 그늘을 안겨준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며 발길에 차이기 일쑤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무감(無感)한 듯 보이지만 주변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가 나무다. 어쩌면 나무의 삶이라는 게 변화에 재빨리 대응해야 하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 그 자체라고.” 최순희 숲 해설사도 같은 말을 했다. 타고난 품성이나 재능과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무처럼 아이들도 저마다 타고난 기질을 존중받으며 자란다면 어떨지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꽃 피는 춘삼월 군민 행복 아카데미 때, 나무 의사 우종영 작가를 초대하여 나무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군민들과 함께 청취해 보는 건 어떨까. 군민 모두 가슴마다 인생나무 한 그루 키운다면 좋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 마음이 더 푸르러지지 않을까.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