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F Bukaty/AP/Guardian

저는 어려서 가재 잡기를 아주 좋아했어요. 아마 지금 어린 친구들도 매일반일 것입니다. 산에서 깨끗이 흐르는 물속의 돌을 살그머니 들어내면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가재를 찾게 됩니다. 몸체에 비해 너무 큰 집게다리를 들고 저를 공격하기도 하지요.

가재의 몸을 살펴볼까요? 가재의 뇌는 목에 있으며, 신경계는 복부에, 이빨은 위 속에, 콩팥은 머릿속에 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재는 다리를 사용해 소리를 듣고, 이빨을 통해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지동물, 특히 갑각류인 가재의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한 말이기도 합니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가재의 신체 구조와 기능에 대해 연구해 봅시다. 가재의 학술적 분류는 절지동물문, 갑각강, 십각목으로, 외골격을 가지며, 몸은 두흉부(머리와 가슴이 붙어 있음)와 복부, 2개로 나뉩니다.

가재는 우리가 아는 척추동물의 중앙 집중식 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뇌 역할을 하는 신경절이 눈 뒤쪽 머리 부분, 즉 목 근처에 위치합니다. 이 때문에 뇌가 목에 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지요. 또 모든 절지동물의 신경계는 척추동물과 달리 복부 쪽을 따라 분포합니다. 즉, 신경계가 복부에 있다는 것은 정확한 설명입니다.

가재의 입 안에는 위가 붙어 있으며, 그 속에 치석이라는 딱딱한 구조가 있어 음식을 잘게 부수는 기능을 합니다. 즉, 입 안이 아니라 위 속에 치아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굉장히 특이하죠? 또 콩팥은 녹색샘이라는 배설기관으로 머리에 위치합니다. 이것이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 형태로 배출합니다. 위치상 머리 쪽에 있으므로, 콩팥이 머리에 있다는 말도 일면 맞습니다.

가재는 왜 이렇게 독특할까요? 가재는 5억 년 전부터 살아온 생물로, 외골격과 분절된 신경계로 다양한 환경 적응력을 통해 진화해왔습니다. 그들의 구조는 환경에 특화된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며, 우리가 흔히 표준으로 생각하는 척추동물 중심의 생물학과는 매우 다릅니다. 척추동물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역설적이고 신기한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젠 사람으로 돌아가 볼까요? 우리는 뇌가 머릿속에 있다고 배웁니다. 그러나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주장합니다. 뇌는 등에도 있고 피부에도 있습니다. 감히 온몸에 뇌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지요. 또 코가 고장이 나서 냄새를 못 맡으면 혓바닥이 그 기능을 대신한다고 합니다. 귀가 잘 안 들리면 눈이 그 기능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양자역학에서의 말하는 상보성원리 아닌가요?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