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 여름철 불청객 중의 하나인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모기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는데…… 모기에 유독 잘 물리는 사람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유전적인 이유로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아님 혈액형이나 냄새 때문일까? 피가 달라서일까?

먼저 모기의 취향과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자. 영국 위생 열대 의학 연구팀이 100%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와 50%가 같은 이란성 쌍둥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모기가 잔뜩 들어있는 모기 상자 안에 손을 넣게 하여 검사를 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모기에 물린 곳이 비슷했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물린 횟수가 20~50%로 서로 달랐다. 모기에 잘 물리는 이유에는 유전적인 관련성이 어느 정도는 있으며, 주로 피부 유전자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의 피부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피부에 있는 수많은 세균들이 만들어 낸다. 유전자가 서로 다른 사람은 냄새도 서로 다르다. 모기는 이러한 냄새의 주성분 중, 젖산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모기가 좋아하는 혈액형은 O형으로 A형을 가진 사람보다 2배가량 더 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외에도 운동하는 사람, 비만,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모기를 끌어들이게 되는 이유는 체온이 높기 때문이다.

모기는 이처럼 온도변화와 이산화탄소(CO2)의 냄새에 민감해 동물이나 사람이 발산하는 열과 숨을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고 모이게 된다. 당연히 운동할 때 숨을 많이 쉬고 땀을 흘리게 되어 체온이 높을수록 모기에 많이 물리게 되는 것이다. 신진대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만과 아이, 임산부에게서도 체온도 높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도 많아서 모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모기가 좋아하는 색깔은 밝은색(흰색, 노란색)은 싫어하고 짙은 색(검은색, 회색, 보라색)을 좋아하는데, 이는 음지에 숨어 사는 모기 특유의 은둔하는 습성일지도 모른다.

모기는 세계적으로 3,500종에 달하고 국내에는 59종이 서식하고 있다. 바퀴벌레와 함께 쥐라기 약 1억 7천만 년부터 등장하여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피를 빨면서 인류와 함께 동거해 온 셈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아파트 공사와 무분별한 하천과 4대강 댐 건설로 인하여 고인 물웅덩이와 정화조가 늘어나서 모기가 번식할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는 강과 하천에서 살던 송사리의 주 먹이였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하천개발과 오염으로 송사리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과 같은 외래어종들의 하천과 저수지 등에서 토종 송사리와 붕어 등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어 장구벌레의 천적이 사라진 결과로 모기가 번식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얼음 대신에 하천과 물 고인 곳이 늘어나면서 고위도지방에서도 모기가 철마다 극성을 부리게 됐다.

모기는 기온이 13~15℃ 이하에서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게 되지만 번식은 온도보다는 강수량에 의해서 좌우가 된다. 태풍과 홍수가 유독 잦은 해에는 장구벌레와 모기 알이 물에 다 쓸려 내려가 버리고 가뭄이 심해도 물웅덩이가 말라붙어서 모기의 발생이 급감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모기의 번식률은 온도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강수량과 관계가 된다는 얘기가 된다.

모기약이 없던 시절에는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와 모기를 바라보며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던 추억도 이제는 방역 차량의 소독 연기와 소음으로 바뀌었다. 초가집 처마 밑에는 어김없이 제비집이 있었고 힘들게 일하는 어미 제비가 모기와 파리를 잡아서 입에 물고 둥지를 돌아오면, 새끼들은 입을 벌리고 다투는 모습도 이제는 보기도 힘들어졌고 돌아오지 않은 둥지가 될 것 같다.

모기로 인한 질병의 퇴치작업은 살충제 소독으로 인한 여러 폐단이 생기자 새로운 방법이 몇 년 전부터 시험 되고 있다. 말라리아와 뎅기열을 퇴치할 목적으로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는 유전자 변형 모기 수컷 1만 마리를 시험 삼아 지연에 방출하였다. 자살 유전자를 심은 수컷 모기를 이용한 방법으로 모기 개체 수가 80%까지 줄어드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 그렇지만 자살 변형 모기를 이용한 모기 퇴치 사업이 상용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잠을 자다가 모깃소리가 귓전에서 들릴 때 불을 켜고 찾아보면 벽이나 천정에 붙어있는 모기를 발견하게 된다. 모기는 선천적으로 날개가 빈약하여 멀리 또는 오래 날지 못하지만 급정지와 유턴하는 회전감각은 잠자리 다음으로 뛰어나다고 한다. 날개가 약한 탓에 선풍기의 바람에도 날리면서 빌빌거린다. 선풍기 바람은 모기에게는 토네이도 수준으로, 모기가 날아갈 확률도 100%라고 한다.

문장주
화순저널 칼럼니스트
문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