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공원 이미지.

화순읍 남산공원은 오랜 세월 지역민의 삶과 함께해온 공간이다. 낮은 산길과 나무 그늘, 소박한 벤치와 조용한 새소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군민들에게 ‘숨 쉬는 쉼터’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원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자연의 고요한 아름다움 대신, 인위적인 연출과 과도한 기획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획들이 공원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이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점점 어색하고 불필요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무엇이 문제인가. 공원을 ‘활성화’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된 사업들이 오히려 공원의 본래 정체성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조형물, 인조 꽃, LED 조명 등이 잇따라 설치되면서, 공원은 자연 속 쉼터가 아니라 일회성 전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소규모 야외 공연장에서 열리는 유명 예술인 초청 공연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 향유의 기회라기보다는 불편과 민원을 유발하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관람객 수용 한계를 넘긴 인파, 시야 확보가 어려운 무대 구성 등으로 인해 항의성 민원이 있는 실정이다.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이러한 혼선은 모두 ‘문화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공원의 본질을 무시한 무리한 공간 활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원은 다양한 조형물을 나열하는 전시장이 아니다. 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과 인공 조명은 자연과의 조화를 해치고, 공간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든다.

공원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장소여야 한다. 물론 공원이 문화와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외부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공원의 정서와 어우러지는 소규모 버스킹,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함께하는 소통 중심 프로그램, 자연을 해치지 않는 소박한 기획이 더욱 바람직하다.

정말로 군민을 위한 공원을 원했다면, 거창한 설치물보다 일상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녹지 공간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분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

남산공원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숨 쉬고 머무는 공간이다.

인공 꽃이 아니라, 진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 위 기고문은 화순저널 데스크의 입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