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대규모 단속과 구금 사건이 발생했다. 표면적으로는 ‘법치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속에는 자국민의 일자리와 산업 보호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 단순한 행정 조치처럼 보이지만,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통제하려는 정책적 논리와 맞물려, 국제 사회와 이민자 공동체에 강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역사적으로 박해는 집단 결속을 강화했고, 억압은 저항을 낳았다. 미국은 지금, 이 오래된 원리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역사는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억압과 배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킨다. 고대 이후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수천 년 동안 차별과 박해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키며 결속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제적 점령과 봉쇄는 또 다른 오히려 끝나지 않는 갈등과 전쟁을 낳았다.

오늘날 미국도 이와 닮은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이민 단속은 법과 안보 명분과 맞물려 있지만, 동시에 자국민 보호라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합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관세 정책까지 강화되면서 미국은 동맹국마저 압박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배터리·반도체에 대한 규제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비롯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은 단기적으로는 산업 보호에 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맹국 신뢰와 국제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이 ‘안보’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을 봉쇄하고 영토확장 할수록 하마스와 같은 저항 세력이 결집했던 것처럼, 미국 또한 억압과 배제의 논리를 강화할수록 국제 사회와 이민자 집단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억압은 정체성을 지우지 못하며,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킨다.

미국이 진정한 세계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선택은 분명하다. 강압적 관세 정책 대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무역 협력, 단속 일변도의 이민 정책 대신 포용과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 다양성과 개방성은 미국을 미국답게 만든 힘이었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오늘의 미국을 비추는 거울이다. 강대국의 오만은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신뢰와 안정은 잃게 된다. 미국이 이 교훈을 외면한다면,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는 이상은 결국 공허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