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은 존재하는가.

이 물음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다. 그러나 그 질문의 이면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보다 더 근원적인 의문이 숨어 있다. 바로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신은 인간을 심판하는가의 물음이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분별력이 부족하다. 불완전하다. 그러나 불완전함은 곧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실수와 고통 속에서도 배우고, 다시 일어서며, 사랑하고 용서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 그 자체가 이미 신성의 한 조각이 아닐까.

그럼에도 신은, 혹은 인간이 만든 신의 개념은, 늘 상벌의 도구로 기능해왔다. 천국은 복종의 보상으로, 지옥은 반역의 형벌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것은 신의 뜻이라기보다 인간의 불안이 만들어낸 질서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돈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신이라 부른다.

결국 인간도 물질의 한 부분이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 그렇다면 영혼은 무엇인가.

만약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 심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인식하기 위한 거울이어야 한다. 영혼이란 심판의 증거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함의 이유를 묻는 내면의 울림이다.

천국과 지옥은 어쩌면 죽음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의식 속에 함께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사랑할 때 우리는 천국을 경험하고, 미워할 때 우리는 지옥을 만든다. 신은 우리를 심판하지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에서 천국과 지옥을 짓고 허무는 것이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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