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정원에서 발견되는 곤충 식물매미, 점프의 보조기구로 기어가 다리에 장착되어있다./ Malcolm Burrows

자동차나 일반 기계에는 ‘기어(gear)’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일본식 한자로는 ‘치차(齒車)’라고도 부르지요. 동력을 전달하거나 힘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그런데 인류가 처음으로 발명했다고 여겨온 이 기어가, 사실은 우리 집 앞 정원에 사는 작은 곤충에게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오른쪽의 확대 사진을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사진 속 곤충은 학명 Issus로, 우리말로는 ‘식물매미’라고 부릅니다. 유럽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계에서 유일한 ‘기계식 기어’ 구조를 가진 사례로 보고됩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유충 단계에서만 존재하고 성충이 되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현상을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했습니다.

하나는 “왜 하필 기어 구조인가?” 하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슨 이유로 성충이 되면 그 구조가 사라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식물매미는 점프할 때 두 뒷다리를 정확히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옆으로 비틀리거나 빗나가 버리죠. 이를 위해 다리의 기저부에는 양쪽이 맞물리는 치형(齒形) 구조, 즉 ‘기어’ 같은 장치가 존재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두 다리가 완벽히 동기화되어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점프는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신경 신호만으로는 이 정밀한 타이밍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식물매미는 물리적 기계 장치를 진화시켜 신경의 한계를 보완한 셈이지요. 어설프지만 참으로 기발한 자연의 해답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더 남습니다. 혹시 인간이 이런 곤충의 구조를 보고 기어를 발명한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이 식물매미의 발견은 생체모방(biomimetics) 연구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놀라운 연구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말콤 버로스(Malcolm Burrows) 교수가 수행했으며, 2013년 과학저널 Science에 보고되었습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