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옛 마을을 지나며, 김남주)

인공지능의 태풍이 휘몰아오는 변화의 물결이 엄청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람마다, 세대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기대나 설렘보다는 어렵고 부담스럽고 두려움마저 있는 듯하다.

지구 전체로 보아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극소수 기업과 부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만인에게 이롭게 쓰일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옥죌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가지 않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들은 날마다 혁신하는 디지털 세계에 발맞추는 한편, 사람다운(?) 향기를 더 그윽하게 하는 감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로그식(디지털+아날로그) 삶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식 감성과 리듬의 가치를 균형 있게 살려 기술의 효율성과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엮은 삶이다. 디지털의 빠름, 자동화, 효율, 높은 생산성과 연결망에 느림, 여유, 깊이, 촉감, 감성, 따뜻한 관계 등을 결합해 디지털 기술로 생활의 복잡함을 줄이고, 남는 시간에 아날로그식 충만을 누린다.

디지로그식 삶은 기술의 지배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삶의 깊이를 더하게 해서 인공지능에 휘둘리는 것을 막고 주체성과 행복감을 키울 수 있게 한다.

#디지로그식으로 사는 법(사례)
○ 스마트시계로 운동이나 잠의 질을 측정하고, 운동은 숲에서 걷기, 맨손체조, 요가처럼 몸의 감각을 느낀다.

○ 온라인이나 앱으로 정보를 모으고, 공책에 손글씨로 정리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올린다. 공책을 만들어 날마다 손으로 글씨를 쓴다.

○ 스마트폰 알림을 줄이고, 인공지능으로 되풀이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며, 깊게 생각해야 하는 기획이나 창작은 아날로그식으로 한다.

○ 날마다 30분 이상 디지털자유시간(독서, 산책, 명상 등)을 갖는다.

○ 악기나 그림, 원예 등 취미를 즐긴다.

○ 1주일에 하루 ‘느린 날’을 정해 실천한다.

○ 중요한 대화는 꼭 만나서 얼굴을 보며 한다.

기술의 효율을 이용해 삶을 가볍게 하고, 남은 여유로 감성을 살리며 사람 냄새 풍기는 삶을 가꿀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지로그식 생활이다.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여 생산성이 3~10배 오른다면 하루 2시간, 1주일 10시간만 일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할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원시인들은 하루 평균 2시간을 수렵과 채집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어울리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 세상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자. 그 세상은 자연(야생)의 가치를 더 키울 것이며 디지로그식 삶은 자연에서 더 멋지게 펼쳐질 것이다.

밤낮으로 땀 흘리는 산업시대의 개미가 아니라 그늘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문화창조시대의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 인류가 열어제낀 새 세상의 문턱에서 모두 베짱이가 되어 ‘아름다운 사람의 노래’를 합창하자. 허리 굽은 할매가 뒷방에서 꺼내 건내주는 홍시 하나에 담긴 그 정감처럼!

김동성
화순사람들협동조합 이사장
청풍면 농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