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목공예 최고 1인자 기영락 명장

화순 춘양 출신으로, 예술적 생명과 혼을 40여 년간 죽은 나무에 불어넣는 작업을 해 오고 있는 기영락 목공예 대한민국 명장을 화순저널 인터뷰석에 초대했다.

나주 혁신도시 예술인마을에 있는 기영락 명장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며 기영락 명장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었다.

기존 목공예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곡선 조형 작품, 고서 등의 형태를 공예품에 응용한 작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신 공법으로 국내 최고의 목공예 기술과 디자인 개발로 주옥같은 작품을 제작, 예술성에 자신만의 기술까지 더해 끊임없이 목공예를 연구하며 신 기술로 대한민국 목공예 발전에 이바지해 온 이 분야의 최고 1인자 기영락 명장.

대한민국 목공예 발전을 위해 남다른 행보를 해 온 기영락 명장의 이야기를 화순저널 독자와 화순군민에게 전한다.<편집자 주>

기존의 직선 공법을 탈피한 기영락 명장만의 신 공법으로 만든 곡선 조형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 작품을 만들 때마다 설렘과 기대 커

나무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또한 같은 종류라도 산지나 수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제품을 만들 때마다 재료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니까 매번 어떤 작품이 나올지 설렘과 기대감이 크다. 이런 점이 이 일의 매력인 것 같다.

주로 만드는 목공예품은 탁자, 콘솔 등 조형성을 강조한 생활 가구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과 디자인이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기술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기술이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다. 기술이 없다면 디자인은 무용지물이 된다. 현대생활에 알맞은 조형가구를 만드는 제 기술들도 한 단계씩 발전해 작품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 예술인마을에 있는 기영락 명장의 작업실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

▲ 특허받은 ‘환톱측면절삭가공법’

제가 특허받은 ‘환톱측면절삭가공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나무를 깎아낼 때 체인톱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외형을 잡는 경우 표면이 거칠어진다. 내부를 짧은 시간에 파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테이블톱에서 톱날을 넣어 작업하다가 환톱측면절삭가공법을 개발하게 됐다.

이 방법은 숙련된 기술과 오랜 경험을 요한다. 기존 목선반은 가공하는 칼이 나무를 깎는 방법인데 회전체가 크면 돌릴 수가 없다. 환톱측면절삭가공법은 기계에 가공한 나무를 돌리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회전 조형체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 원했던 작품 얻기 위해, 모든 촉과 온 신경 손끝에 모은다

내가 설계했던 그대로 작품을 뽑아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눈에 안 보이는 부분에서 가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퍼스로 중심점을 잡아서 지름 몇 센티의 원을 그렸더라도 막상 가공되는 부분에서 오차가 나올 수가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공하기 위해 경험에서 오는 모든 촉과 온 신경을 손끝에 모아 작업을 한다.

▲ 아버지의 창의력과 손재주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듯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고향 화순 춘양에서 보냈다. 목수 일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나무와 친숙했다. 주변에는 아버지가 사용하시는 목수용 도구들, 나무들이 널려 있었다. 아버지는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손수 만들어 쓰셨다. 농기구는 기본, 물레방아 발전기, 선풍기, 그라인더 등등 집에는 온갖 즐거운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아버지의 창의력과 손재주를 내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것 같다.

▲ 고교시절, 목각의 아름다움에 놀란 후 목공예 하기로 결심

본격적으로 목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교시절이다. 광주 계림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광고영상에 목각 영상이 나왔다. 아름다운 목각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목공예를 하기로 결심한 후 조각을 배울 수 있는 목각학원 등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우주를 형상화한 기영락 명장의 작품들

▲ 디자인과 기술 양쪽 다하고 싶어 41살에 대학 입학

26살에 목공예 사업을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조선대, 광주대, 서강전문대 등 학생들이 작품에 대한 기획과 아이디어 스케치 도면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기술자인 나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나는 도면을 보고 그 작품들을 만들었다. 기술자로서 작업을 완성했지만 정작 작품은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올라가게 된다. 나는 기술만 파는 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학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과정을 밟아서 도면까지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디자인과 기술 양쪽을 다하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할 때의 나이가 41살이었다. 줄곧 장학금을 받고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후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디자인계열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하게 됐다.

▲ 명장이란, 후진양성, 기술보급,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2009년 목공예 직종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70~8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일반인들은 명장에 대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예인이구나 정도로 쉽게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명장이란 무형문화재와는 다르다. 명장들은 후진양성, 기술보급, 산업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공예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명장이란 후진양성, 기술보급, 산업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부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도 목공의 제품을 만드는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으니 이 분야의 산업발전을 위해 기술을 전수하고 후진양성을 하라는 목적으로 매년 계속종사장려금을 지원해 준다. 공예 명장이 작품만 만든다고 산업발전이 되겠는가?

▲ 제소자 교육, 기술보다 인성교육이 먼저

2005년도쯤, 처음 교도소로 기술지도를 나갔다. 가서 보니 기술자 대부분이 전통가구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가구는 그 형식이나 비례 등이 참 아름다운 가구지만 요즘 아파트 생활을 주로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다. 제소자들의 사회 복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전통가구 기술교육은 방향이 맞지 않았다. 또한 기술은 있으나 기획력이나 디자인 능력이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전통가구를 제작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요즘의 생활양식에 맞는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전수하자는 생각으로 교도소 지도를 나가고 있다.

작품 제작자는 기술이 있어야 제작이 가능하며, 그 완성작품에는 제작자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처음에 제소자들을 만났을 때 재료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제품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는 점을 보면서 기술교육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신 기술 전수 후, 결과물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올 때 보람도 커

제소자의 기술 수준이 파악되면 저의 독자적인 기술을 이전한다. 목공예 장식기법으로는 조각기법이나, 상감기법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아직 보급이 안 된 접목기법을 전수한다. 이 기술들을 활용하는 방법과 작품기획, 디자인 기술 등을 주입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데, 최근 5년의 『전국교정작품전시회』 수상작들이 그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가 가르치는 제소자들은 그 소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일부의 기술자들이다. 그들이 목공예를 하는 긴 세월 동안에 접해보지 못했던 기술을 알려주니까 매우 만족해하면서 배운다. 그 결과물들이 거침없이 밖으로 쏟아져 나올 때면 저 역시도 보람이 크다.

▲ 실무를 토대로 한 경험과 결과 수록할 책 만드는 것이 과제

환톱측면절삭기법과 그 방법에 의한 기술 전개, 곡선접목기법 5단계의 기술과 응용 방법 등을 전수할 곳이 없어서 책으로라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남길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기술들이 내 작품전시나 산업현장교수 기술교육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보급이 되고 있다고 본다.

이제 그 기술들을 책으로 발간한다면 실무를 토대로 한 경험과 결과에 의한 자료들을 수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아직도 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작업실 앞에서

▲ 목공예를 배우는 일은 기나긴 여정

목공예를 배우고자 제 공방에 오시는 분들에게 “왜 배우려고 하세요?”라고 묻는다.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 배우려고 한다.”고 대답하면, “그것은 공방에서 구입하는 편이 훨씬 쉽고 빠르지요.”라고 말해 준다.

목공예를 쉽게 생각하고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목공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목공예는 공예에서의 타 분야와 달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공구와 장비도 매우 많고, 다루는 기술 습득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공예를 배우는 일은 기나긴 여정이다.

▲ 나무를 다루며 만지는 일, 창의성과 인성계발에 좋은 것

그러나 나무를 다루며 만지는 일은 창의성, 인성계발에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서 초등학교 목공예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세계 각국의 어디에서든 나무를 활용한 소품 수공예 산업이 그 지역의 정체성에 맞게 발달 되어있다. 앞으로 천연재료인 나무를 활용한 공예는 여러 방향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공예를 배우는 일은 기나긴 여정 그러나 앞으로 천연재료인 나무를 활용한 공예는 여러 방향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기영락 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