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진 화순지부장, “광업소는 내 인생 전부를 바친 곳”

인터뷰
손병진 화순지부장, “광업소는 내 인생 전부를 바친 곳”
모든 것 바쳐 일했던 근로자들 미래 걱정 않도록 정부나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광산업의 살아있는 현장 잘 활용하길
화순광업소 잊혀지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되길
  • 입력 : 2023. 06.19(월) 18:32
  • 권영웅 기자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손병진 화순지부장은 "탄광이 폐광되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앞으로 또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폐광을 앞두고 있는 화순광업소.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의 마지막 노조지부장 손병진 지부장을 화순저널 인터뷰 석에 초대했다. 일문일답의 형식으로 손병진 지부장의 폐광을 앞둔 심정, 화순광업소의 의미, 앞으로의 바람 등에 대해 듣고 정리해 독자들과 화순군민들과 탄광 근로자들에게 전한다.

▲어린 시절부터 화순광업소 보면서 자라, 부모님도 좋아하셔

저는 어릴 때부터 화순광업소 근처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화순광업소와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서 자랐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화순광업소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엔 광산업이 대한민국의 중심 산업이었고, 급여도 다른 업종보다 높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어요. 심지어 공무원을 그만두고 오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게 20살이었던 1991년 3월 27일 정식으로 입사를 했으니 올해로 32년 째가 되네요.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제가 화순광업소에서 일을 하기로 했을 때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쉽게 설명하면 공기업에 취직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주변 환경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는 곳 주변에 광업소가 아니라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것과 관련된 직업을 가졌겠죠. 저는 광업소에서 일한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손병진 화순지부장이 화순탄광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는 30일 화순광업소 폐광 예정. 아쉬운 마음 가득. 폐광에 대한 생각.

저는 화순광업소에서 3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동료들과 함께했습니다. 지나온 시간이 정말 의미 있고 기억에 남죠. 그래서 폐광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정말 큽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면 폐광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지구 온난화, 기후 이상,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대체 에너지 개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산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인데 수익성 측면에서 봐도 광산업은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저의 평생을 바쳤던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정말 아쉽네요. 다른 동료들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사실 수익성 등 여러 측면에서 광산업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을 때쯤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해봤어요.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생계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운영이 힘들게 되면 우리도 힘들어지니까 차라리 먼저 문을 닫자고 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었는데 이번에 폐광이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에요. 아쉽지만 결단이 필요했죠.

▲마지막 지부장이라는 자부심. 앞으로도 역할 있을 것.

지부장으로 열심히 해왔는데 마지막 지부장이 되었어요. 기분이 이상하네요. 다들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클 겁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길기 때문이죠. 사실 저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긴 하지만 제가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요.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볼 예정입니다. 다른 분들도 본인들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인생도 꽃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손병진 화순지부장이 폐광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나 화순군에 바라는 점

정부도 그렇고 화순군도 오랜 역사가 있는 이 화순광업소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118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가 있죠.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지금 용역을 하는 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용역이 중요하죠.

이곳을 보존하면서 유지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앞으로의 미래 산업을 대체할 무언가로 바꾸는 방법도 있는데 고민이 필요하죠. 군도 이 부분을 고민해서 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의 미래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모든 것을 바쳐 일했던 근로자들이 미래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정부나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보람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오랜 역사를 가진 이 화순광업소가 잊혀지지 않고 오래동안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금까지 온 화순광업소를 저 역시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화순광업소는 나를 받아준 곳이기에 절대로 잊을 수 없어

어린 시절부터 보면서 함께 한 화순광업소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철없는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봤기 때문에 저의 인생은 한결같은 길을 갈 수가 있었죠. 많이 부족했지만 저를 받아준 곳이 바로 이 화순광업소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어 결혼도 하고 자녀들 대학교까지 보낼 수 있었죠.

부모님도 제가 이곳에서 일함으로써 기쁨을 줄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정말 소중한 장소입니다. 누군가에겐 위험하고 힘들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즐겁고 기뻤습니다. 이곳에서 일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많죠. 비록 오는 30일 문을 닫지만 제 인생의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 손병진 화순지부장이 즐거웠던 순간을 생각하며 웃어보이고 있다
권영웅 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