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창 센터장, 암 환자들을 위한 공간 마련의 꿈 이루고파

인터뷰
임영창 센터장, 암 환자들을 위한 공간 마련의 꿈 이루고파
지역암센터 환자들 따뜻한 보살핌과 휴식공간이 될 ‘바람(HOPE) 쉼터’
  • 입력 : 2023. 07.04(화) 09:42
  • 김민지 시민기자
임영창(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 센터장
임영창 센터장은 존엄한 마지막을 준비하도록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분주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울림이다. 언젠가 닥칠지 모를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능성마루 인문학 웰다잉 강좌가 능주농협 로컬푸드복합문화센터 주관으로 열렸다. 지난달 15일에는 ‘행복한 노년, 나이 듦에 관하여’, 22일에는 2강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 삶과 죽음의 역설적 이야기’ 강연을 듣고 임영창 바람 호스피스 지원센터장과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 만났다.
능성마루 인문학 웰다잉 강연 중 임영창 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장 모습. 며칠 전 나눈 친구와의 이야기를 꺼내며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강연 잘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바람(HOPE) 호스피스 지원센터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말기 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뜻깊고 행복한 추억을 이루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지요. 신체적·정서적·영적 돌봄도요.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마지막 소원 성취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책에 나온 H 씨의 사례처럼 환자의 가족사진 찍기 소원을 들어드리려 힘씁니다. 의사, 간호사, 구급차 준비와 장소 섭외, 가족들과 교류하면서 소원성취 프로그램을 준비·실행하고 있습니다.

▲화순의 특수성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화순 전남대학교병원은 2004년 개원하고, 2007년 암센터가 문을 열면서 광주·전남지역의 암 전문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권역별 지역암센터 중 광주·전남지역은 이곳 암센터가 담당하지요.

이곳에서 치료받는 항암 환자들의 진료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5년 전 직접 겪어보니 암이란 게 그렇더군요. 하루에 화순 전남대학교병원의 하루 방문 환자가 몇 명쯤 될까요. 2022년 자료를 확인해보니 약 6천 명이 다녀갑니다. 환자 보호자까지 하면 1만 2천 명이 오게 됩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긴 시간 동안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정처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문제는 순서를 기다리면서 쉴 수 있다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대기실 모습

▲바람 호스피스센터가 화순에서 활동하면서 꼭 필요한 것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는 가운데 기다림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없는 병도 생기겠다고 하면서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집에서 나옵니다. 진료 전 피검사부터 합니다. 검사결과를 가지고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예약 시간에 맞춰 와도 치료나 검사, 협진(병원 내의 서로 다른 과가 함께 진료)으로 인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정신적으로까지 힘들죠. 몸도 축나고 환자 보호자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기약 없이 자동차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바람 쉼터 건립 의지는 무엇인가요

기다림. 기다림. 또 기다림.
‘바람 쉼터가 있다면 기다림으로 인한 어려움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와 환자가 아늑한 공간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며 기다릴 수 있는 공간에서요. 대학병원에서는 쉼터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 ‘바람(HOPE) 의료복지회’에서 이뤄낼 마음으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구상하고 있는 바람 쉼터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자칫 기다림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쉼터의 일부 공간에 환자용 전동식 의자와 침대를 겸용으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다른 공간에는 환자를 돌보느라 애쓴 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안락의자를 설치할 계획 중입니다. 운영되는 비용은 관리비, 운영비는 쉼터를 운영하며 받게 되는 실비와 자원봉사단체의 지원을 받아 충당할 예정입니다.

화순군에서 웰다잉 문화확산을 위한 예산이 2천만 원이 있습니다. 결과는 예산 심의가 끝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예산이 지원된다면, 우선 시험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운영해 볼 예정입니다. 커피숍을 대여하거나 가족이나 암 환코드를 가진 분들에게는 비용의 50%로 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아직 바람 의료복지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서울이나 다른 곳에서 운영 중인 쉼터와 화순에 건립할 쉼터와는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수도권 지역 쉼터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수고로움에 숙박 시설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환자들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화순 전남대학교 병원을 출입하는 환자가 전남이 45%, 광주가 54%, 화순 지역은 약 2%가 됩니다. 그만큼 전라권에 거주하고 있는 암 환자들이 병원에 출입하지만, 숙박까지 하실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병원에 와서 머무는 동안 쉴 곳이 많이 부족한 실태라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하겠습니다.
왼쪽은 나음 쉼터 내부, 오른쪽은 나음 쉼터 입구와 주방가전(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블로그.)

▲다른 지역의 사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나음센터’
지방에서 서울까지 다녀가며 통원치료를 받는 가족에게 숙박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양생명, 인천항만공사, 신용카드 사회공원재단의 후원을 받아 실비를 받고 숙소를 제공하고 있지요.

※삼성 서울병원 '참사랑의 집’
2002년 구홍회 소아청소년과의 교수가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다 고안해낸 방법의 하나입니다. 삼성 카드사의 후원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주변에 단독 주택을 빌려 편히 쉴 공간을 제공하고 올해로 21년째가 되어갑니다. 암 환자들의 정서 관리, 피로 관리까지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인근 '헬렌스테이’
침구 브랜드 헬렌스타인이 치료를 위해 국립암센터에 지방에서 내원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국립암센터 인근 빌라에 마련한 16평 규모 공간이고요. 헬렌스테이 공간 운영은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맡았습니다.

지역별로, 그리고 환자에 맞춰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순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는 화순 전남대학교병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차량으로는 1분, 걸어서는 11분 거리다.

▲화순군과 함께할 정책이나 행정기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단기적 방안으로는 병원 근처에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임대하거나 사들이는 방법과 화순군 소유의 땅을 받기를 원합니다. 장기적 방안으로는 국가 공익 정책사업으로 제안하거나 화순군 힐링센터의 일부로 설치·운영하길 원합니다. 또한, 쉼터에 운영될 필수적인 인건비(간호사, 바리스타, 복지사, 관리인)는 지방자치단체(전라남도, 화순군)의 예산을 지원받아 충당되길 바랍니다.

전라남도 화순은 녹십자와 화순 전남대학교병원까지 의료 특구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미래 의료 사회를 위한 큰 준비라 생각됩니다. 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의 이름처럼 암 환자들을 위한 쉼터가 건립되어 의료특구로 새롭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김민지 화순저널 시민기자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