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에 이런 명소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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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 이런 명소 하나 있었으면...
맨발 걷기 열풍, 영광군 물무산 황톳길
  • 입력 : 2023. 07.14(금) 12:09
  • 쿰파니스 시민기자
영광군 물무산 맨발 황톳길 입구
맨발 걷기 열풍이다. 이를 가르치는 학교도 있고,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처음 접한 건 작년 봄 즈음이었다. 가까운 사람이 암 수술을 받고왔다. 이곳저곳 요양병원을 알아봤다. 입소문을 따랐다. 환경·음식·시설 등이 좋은 것은 당연했다. 의외인 것은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느냐였다.

맨발 걷기 열풍의 시작은 어씽(earthing)이 아닌가 싶다. 창시자는 미국인 클린턴 오버(Clinton Ober)다. 맨발로 땅을 밟고 걷는 것에 인체를 회복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다. 의사도 가망 없다던 병을 오직 땅과의 접촉만으로 치유했다. 10여 년의 체험을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미국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황톳길 시작 지점,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고 출발. 끝나고 세족대에서 씻는다

방법도 원리도 단순하다. 그냥 맨발로 흙길을 걷다 보면 땅의 에너지가 우리 몸과 연결된다. 지구는 거대한 음전하를 띠고 있는데, 몸에 유입되어 유해한 활성산소를 억제하며 염증반응을 줄여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몸이 균형을 찾도록 도와준다고 것이다.

효과를 놓고 의사들도 찬반이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암 등 불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자연치유의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여 효험을 본 사례가 많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인구도, 관련용품 판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어씽 프로그램에 따르면 바닷물이 발목에 잠길 정도로 걸어야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닷가 뻘이나 모래 못지않은 것이 우리네 황토다. 경험자들은 황톳길이나 숲의 둘레길도 그에 못지않다고 주장한다. 청정한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듯 싶다.
질퍽질퍽 황톳길. 걷기에 쉽지 않다. 미끄럽기도 하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전주시의회가 ‘도시공원 맨발 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전국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전민일보가 2월 16일 전했다. 공동주택과 도시공원 등에 흙길과 세족대 등의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4월 4일 기사에 따르면, 안산시는 관내 10개 공원에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과 흙길을 조성할 것이며, 2025년까지 맨발 흙길 20개소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7월 2일, 맨발 걷기의 명소라고 소문난 ‘물무산 행복숲 맨발 황톳길’을 찾았다. 전남 영광군 영광읍 물무로 219, 서해안 고속도로 영광인터체인지에서 10여 분 거리였다.
질퍽질퍽 길이 이 끝나고 마른 길이 시작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황톳길을 전남문화관광과 숲을 이야기하는 서화주 해설사와 함께 했다. 바짓가랑이를 무릎이 보이도록 걷어 올렸다. 경사는 완만해 걷기에 적당했다. 전날 비가 내렸다. 발바닥에 닿는 흙은 부드럽고 미끄러웠다. '어이쿠' 휘청일 때 서로가 잡아준다. 맨발의 동행이어서 그랬을까, 10여 년 연배 해설사가 동네 형님처럼 살갑게 느껴졌다. 금방 가까워졌다.

“물무산 행복숲은 종합 산림복지숲이자 복합문화숲입니다. 물무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약 10km입니다. 서너 시간 걸리지요. 둘레길 한쪽에 황톳길 2km를 조성했어요. 산주(山主)들의 협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매입해서 한다는 것은 지자체 재정으로는 불가능하지요. 2017년 3월에 개장을 했습니다. 처음엔 광주시와 지역 주민들 위주였습니다. 작년부터 손님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지금은 전국에서 오십니다. 평일엔 단체 체험이 많습니다. 휴일이면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삼대가 걷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오신 분도 계십니다. 당뇨나 고혈압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들 합니다. 꾸준히 하다 보니까 건강도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황톳길은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한겨울에도 걸을 수 있는 용품이 있다고는 하지만 추운 날은 무리다. 길은 두 가지 형태다. 질퍽한 길 600m와 마른 길 1,400m다. 질퍽한 구간은 마른 길도 겸하여 걸을 수 있다. 질퍽한 곳이 한 뼘 정도 높다. 길을 따라 수도꼭지가 달린 무릎 높이의 말뚝이 늘어서 있는데 호스도 깔려 있다.

“처음엔 모든 구간을 질퍽한 곳과 마른 곳을 같이 걸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땅이 굳지 않게 계속 물을 주어야 하고 손실된 흙도 보충해야 하고, 관리가 쉽지 않은 거예요. 전용 마른 길과 질퍽거리는 흙을 겸한 길을 구분했습니다.”
마른 황톳길

길옆 숲 흙은 붉은 느낌은 나지만 황토는 아니다. 마사토에 가깝다.

“처음부터 향토길은 아니었습니다. 산 흙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모래가 많아 발바닥이 아파 불편하다고 하여 황토를 깔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직선거리로 한 500m 이내에 좋은 황토가 나와요. 만약 먼 거리에서 구입하여 가져와야 한다면 불가능했겠죠.

전라도 쪽으로 오면 황토가 많다고 그러는데 만주도 황토 벌판이랍니다. 만주벌판에서 신의주를 건너 남쪽 해안까지 전부 붉답니다. 어느 분이 한겨울 평택 상공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서해안 따라 황토띠가 나타나더랍니다.

우리 강토가 대개 황토로 이루어져 친숙한가 봅니다. 대신 다툼도 있지요. 해남 황토가 더 좋다, 고창 황토가 더 우수하다, 무안 황토가 최고다. 하지만 기본 성분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물론 지역마다 기후가 다르니까 같은 황토라도 더 잘 되는 작물이 있고 예 덜 되는 것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황토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어요. 건강 쪽으로 좋다고 여겼고, 지장수도 만들었습니다. 황토가 보통 흙에 비해서 살균력이 좀 더 있다고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까 황토에 얽힌 이야기도 많네요. 나병환자였던 한하운의 시도 그렇거니와 동학혁명에 관련된 그런 소설도 보면 언급되지요.”
영광읍내에서 바라본 물무산

영광군은 천년을 이어 내려온 멋의 고장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가 함께 한다. 백수해안도로, 4대 종교 문화유적지, 불갑사, 칠산타워 등 들를 곳이 많다. 영광군지는 조선시대 영광 8경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세 곳이 물무산과 관련된 곳이다.

“동네마다 상징적인 산이 다 있을 거예요. 담양 사람은 추월산을 광주 사람은 무등산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이곳은 단연 물무산입니다. 영광읍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지요. 불과 250m 낮은 산이지만 시계가 넓습니다. 맑은 날은 무등산, 추월산, 월출산까지 보입니다.

물무산은 순수하게 한글 이름입니다. 조선 중기까지는 수퇴봉이라고 불렀습니다. 물 수(水)에 물러날 퇴(退)자입니다. 예전에는 물무산 밑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해요. 지금 군청 자리도 물에 잠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해 바닷물이 밀고 들어오니까 형님 격인 광주 무등산과 담양이 추월산이 그랬더래요. ‘막내야 네가 좀 고생이 되더라도 물을 막아 줘야 하지 않겠니.’ 바다가 볼 때는 한 점 산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산이 끝까지 저항을 해서 막아냈답니다. 물무산이 막아내지 못했다면 광주는 물론, 담양읍내도 물에 잠겼을 거라고 합니다.”
오리나무, 짙은 녹색은 금년에 까만색은 작년에 열린 열매다

물무산 황톳길 가는 길에 ‘막해’라는 지명이 있다. 이곳도 바다와 연관된 지명인 듯하다. 서 해설사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냈다.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만나면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나무를 만져보라고 했다. 아, 숲 해설가이기도 하지.

“오리나무입니다. 위를 쳐다보세요. 열매 같은 게 달려 있죠. 자세히 보면 두 가지에요. 짙은 녹색은 올 초봄에 수정된 것이고, 까만 것은 작년에 열린 열맵니다. 햇볕을 좋아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예전에는 참 많은 나무였는데,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땔감으로 많이 베어 내서 귀해졌습니다.

목질이 균일해서 전통 결혼식 때 쓰이는 기러기를 이 나무로 제일 많이 만들었다네요. 예전에 한양으로 갈 때 오리마다 이 나무가 나타났답니다. 아무리 멀어도 십리는 벗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오리나무라고 불렀답니다.”
마른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세족대가 있다. 발을 씻고 둘레길이나 정상으로 간다

걷다가 지칠 때쯤이면 어김없이 쉼터가 나왔다.

“자리를 차지하고 주무시는 분도 있습니다. 걷다가 잠시 쉬는 곳인데 민폐이지요. 주말이면 자제해 달라고 부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음식을 준비해 오시는 분도 많아요. 이곳 저곳 숨겨둔 쓰레기가 많습니다. 버리지 말고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골짜기마다 물이 넘쳤다. 이때 새들의 먹이 활동이 더 많아진다고 했다. 물소리 들리고 새 소리가 가득했다.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이맘 때 매주 오시는 분도 많다고 했다.
좌측 야자매트 오솔길이 마른길 시작점과 끝점을 연결하는 지름길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2km가 금방이다. 마른 황톳길이 끝나는 지점에 발 씻는 곳이 있고 바로 둘레길로 연결된다. 둘레길을 걷거나 정상까지 갈 계획이라면 신발을 가져오는 것이 좋겠다. 왔던 길을 다시 걸을 수도, 지름길을 통해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 지름길을 택했다. 야자매트가 깔린 오솔길을 5분 남짓 내려오니 질퍽한 길과 마른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을 보며 생각해 봤어요. 현대 생활이 한번 보십시오. 맨땅을 밟을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시골 논둑길도 웬만하면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어른이나 노인들은 예전에 논에 모 심어보고 처음이라고 해요.

사람은 맨땅을 걷고자 하는 본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자연과 가까이하며 즐기고 싶기도 하고. 흙길만 걸을 뿐인데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특히 황토는 다른 땅에 비해 조금 색다른 맛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황톳길이 끝나고 둘레길 10km마저도 맨발 걷기를 하는 분도 많이 봅니다.”
서화주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숲해설사, 좌측 손가락 앞 하늘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지름길이다

세족대에서 발을 씻었다. 발바닥엔 기분 좋을 만큼의 열기가 느껴진다. 개운하달까 상쾌하달까. 이 느낌 때문에 습관이 될 수도 있겠다. 화순에도 이런 명소 하나쯤 있었으면. 옆에서 인사를 건넨다. 맨발 걷기 학교 동창생들과 왔다는 60대처럼 보이는 80세 할머니다. 맨발로 여섯 달 걸었더니 발톱무좀이 씻은 듯 나았다고 자랑했다. 전국 회원이 3만이라며 동호회에 들어오란다. 국회에 흙길 걸을 권리인 ‘접지권’도 청원할 것이라며.

쿰파니스 화순저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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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쿰파니스(cumpanis)'는 '함께 빵을 먹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쿰파니스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