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정(環山亭)에서

시와 삶
환산정(環山亭)에서
박하 박원호 고전문화연구회장
  • 입력 : 2023. 09.24(일) 13:15
  • 화순저널
환산정(環山亭)에서
박하 박원호

뜻을 말하기는 쉬우나
뜻대로 살기가 어디 쉬운가
큰 소리 치기는 쉬우나
큰 소리에 한 목숨 걸기가 어디 쉬운가

조선의 운명이 또 다시 풍전등화를 맞은 병자년 시국,
북쪽의 오랑캐들이 마적떼마냥 몰려오던 그때
전라도 벽촌, 화순하고도
빙둘러 산이 둘러싼 이곳, 분연히 일어난 한 선비가 있었으니.

떨쳐 일어나라,
비겁하게 살아 오랑캐의 종이 되느니
목숨 걸고 싸워야 않겠는가
죽기살기로 이 강토 이 겨레 지켜내야지 않겠는가

사자후* 격문 아래
백면서생도 민초들도 모두 쇠스랑에 죽창까지 들고 들불처럼 일어나던 그때

아직도 쟁쟁하게 귓전을 울리는듯.....

여기는 환산정
아래로는 빙둘러 호수가 해자처럼 둘러싼 곳,
정자 앞 비스듬한 노송 한 그루,
병자년 그날의 창의 깃발 같구나

역사를 되돌아보고
역사 속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
비석에 새겨진 글을 읽으면,
백천 선생의 쟁쟁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곳

그대여, 한번이라도
환산정을 찾아가보라
환산정 누마루에 오르면
물 속에 잠긴 산들이 보이는 곳
산 너머 세상도 보이고
마침내 나 자신도 보이는 곳

그대여, 전라도 화순 땅 정자,
환산정에 가보라
예전에는 까맣게 몰랐던 환산정,
누마루에 부디 올라가보라


*사자후 獅子吼; 목청껏 외치는 연설, 본래 '부처의 설법'. 그의 설법에 뭇 악마가 굴복한 데서 온 말임.

※ 2023년 9월 14일, 부산 고전문화연구회에서 환산정 방문했다. 다녀간 후 느낀 점을 박하 박원호 고전문화연구회장께서 시로 작성해 보내주신 것을 백천 류함 선생의 후손 류정훈 님이 화순저널에 기고했다.
화순저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