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그림

기고
마음속의 그림
마음속의 그림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
그림으로 인한 감동은 사색의 길을 걷게 할 것
  • 입력 : 2023. 10.13(금) 23:30
  • 한광용 갤러리 디렉터
전남대치과병원, 광주보훈병원, 화순군립전남대요양병원 갤러리 디렉터
애창곡은? 세월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내 마음속의 노래는 ‘명태’이다. 일상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기쁨이고 마음을 위로하는 순간이다. 그림도 마음의 위로가 되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마음속의 그림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림 전시회장, 집안, 사무실에 걸린 그림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되면 그 그림은 마음속의 그림으로 자리 잡고 사색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Hospital Art Space Gallery) 기획 주요 포인트는 예술의 감성과 치유적인 목적을 조화롭게 이루어 내는 것이다. 그림을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투사된 작가의 세심한 심상을 찾아 감상자에게 치유적인 해석으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작품의 귀중한 가치가 조명되는 순간 예술가에게는 기쁨이 된다. 그림은 단순히 물감을 통한 표현이 아니라 인간의 소중한 감성을 다루는 인문학적인 사상이 담겨져 있다. 그림의 파장이 마음속에 스며들어 감동을 느끼는 이들의 그림으로 남게 될 때 화가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림이 좋아 집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유명 화가 그림일수록 전문 컬렉터의 예술품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의 마음이 뜨거우면 그림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가져온다. 가치가 평가된 그림은 화가의 품 안을 떠나 누군가에게 빛을 발할 것이다.

한국의 중견 제약회사 회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그는 그림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의 삶을 결정짓는 큰 동기 중 하나가 된다. 그 당시 회장은 회사 초년생으로서 힘들고 무기력한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작은 가게에 들러 이중섭의 소 그림을 발견한다.

그림 속 소가 전하는 힘과 에너지에 강력한 인상을 받았고, 가품인 소 그림을 구매하여 집에 걸어두었다. 매일 이 그림을 바라보며 회사 생활을 이어갔는데, 그림이 주는 힘과 영감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회장까지 올라가게 된 후에는 진품인 이중섭의 소 그림을 곁에 둔다.

이렇게 그림은 우리 삶을 지탱하고 풍요롭게 하며 다양한 느낌과 감정을 전달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그림이 있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그림을 바라보곤 했다. 물론 그림은 가품이었지만 집 마루 위쪽 벽에 걸려 있었던 그림은 어린 마음에 미묘한 감성을 주었다.

그림은 추수가 끝난 벌판에서 농부가 이삭 줍는 장면인데 고요하고 온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등을 구부린 자세로 이삭 줍는 모습은 일상생활에 대한 숭고한 경의를 느끼게 한다. 또한 어딘가 모르게 궁핍과 삶의 고단함도 스며있다. 그러나 고단함 속에 평온한 느낌이 스며있음은 은은한 저녁 종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 곧 집으로 돌아가 평온한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밀레는 일상의 삶을 축복으로 그려 내고 있다. 그림에서 멀리 보이는 저택과 말을 탄 남성은 그 당시 상류층을 상징하나 이들의 형상은 모호하고 작게 그리고 이삭 줍는 사람의 모습을 주요하게 그렸다. 이것은 밀레의 시대적 영혼의 결이 깃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밀레의 그림은 당시 사회의 한 단면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시대는 논에서 추수가 끝나고 이삭을 줍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 한국 농촌 역시 이삭 줍는 모습은 당연하였다. 대부분 내 또래 아이들의 삶은 밀레의 그림처럼 살았다.

이삭 줍는 그림에서 삶의 고단함과 빈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삶을 꾸려가야 하는 의지와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림에서 주는 감성의 느낌을 그 당시는 깊게 이해하고 깨달을 수 없었지만, 감성의 파장은 애잔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처럼 ‘마음속의 그림’은 삶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 것이며 나를 위로한다.
한광용 갤러리 디렉터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