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를 통해 얻는 ‘가치 있는 마무리’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를 통해 얻는 ‘가치 있는 마무리’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하면 이제 늦습니다
  • 입력 : 2024. 02.27(화) 14:04
  • 김민지 시민기자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임영창,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23), 가격 14,000원
이른 아침, 전화벨이 울린다.
“센… 센터장님”
000 보호자의 울먹이는 목소리다.

​며칠 전부터 위독하다고 했는데, 불현듯 좋지 않은 느낌이다. (중략) 검은 넥타이로 바꾸어 메고 나선다. 000 환자와의 추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를 쓴 저자의 일상일 것이다. 그는 바람(Hope) 호스피스 센터장이다. 의사 다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지막 일상을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다.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이 있다.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님을 뜻한다.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곧 삶에 관한 이야기다. 잘 살아야만 잘 죽을 수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죽음에 관한 금기시와 외면으로 한국인이 겪는 임종의 질은 의료 수준보다 현격히 낮은 편이라 한다.
광주 시립공원묘지 – 광주광역시 북구 수곡동 산 30-4에 자리 잡고 있다.

삶은 영원불멸할 것 같지만 죽음의 순간은 누구나 맞닥뜨리게 된다. 다만 시기를 알 수 없을 뿐. 그렇기에 막상 죽음이 임박해서야 당황할 수밖에 없다. 여느 노랫말처럼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라며 삶을 정리할 여유조차 없게 된다.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를 쓴 저자 임영창은 한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한 후, 호스피스 표준교육을 이수하고 바람 호스피스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말기 함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죽음에 대한 교육이 어릴 적부터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요소라고 했다.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에서 나오는 일관된 주장이다.

추천사를 쓴 카피라이터이자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정철 초빙교수는 “우리는 공부를 한다. 영어 공부, 자연 공부…. ‘죽음 공부’, 잘살자고 하는 게 공부인데 죽음 공부라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공포를 뻥 걷어차 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폈고, 편안함으로 책을 덮었다. 죽지 않기로 한 사람 빼고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라며 권했다.
▲ 2023년 6월, 능성마루 인문학 웰다잉 강좌 후 모습. 장소 : 능주농협 유리온실 로컬푸드복합문화센터

이 책은 죽음 자체에 대한 분석을 출발점으로 하여 극복하는 방법과 특성을 살핀다. 이별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인간의 권리, 연명치료에 관한 교육,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호스피스 완화치료 등 다양한 관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록에서 삶의 마지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었다.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다섯 가지 결정’이 있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내가 원하는, 그리고 원하지 않는 치료 방법을 미리 결정하고 싶다.”, “내 마지막을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미리 결정하고 싶다.”, “장례 등 나를 추모하는 방법에 대해 미리 결정하고 싶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사람의 죽음과 관련하여
人固有一死 或重于泰山 或輕于鴻毛 用之所趨異
<인고유일사 혹중우태산 혹경우홍모 용지소추이>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쓰는 바가 달라서다”라는 말이다. 이는 모두 한 번뿐인 삶에 있어 자기 일생의 책임과 준비하는 삶을 경계하기도 한다.

최근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을 지혜롭게 마주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책을 덮으며 인생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준비하고 싶어졌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히는 서류다. 19세 이상의 성인이 생애 말기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밝혀두는 것이다. 작성자는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매월 정기적으로 운영키로 한 사전연명의향서 등록캠페인을 매주 1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뜻있는 사람은 마지막에 닥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 자신의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방방곡곡 김민지 문화평론가
*'오마이뉴스'에 실린다.
*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시민기자 hsjn2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