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위해 선뜻 자신의 몸마저 내놓은 모성을 표현한 조각물, 중세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데 사용됐다./영국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성당

펠리칸은 아이들의 굶주림이 극도에 달하여 위험하게 되면 자신의 가슴에 상처를 내 그 피를 먹도록 한다고 합니다. 모성애를 무슨 말로 표현할 수가 있겠어요?

이 펠리칸은 어쩐 일인지 율법이나 성경에서는 그다지 좋은 동물로 표현되지 않지만, 희생제물의 예수님을 상징하는 새라고 설명하는 교회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사진을 처음 만난 2020년 만해도 사진의 진위여부로 시비가 많았었지요. 이 사진은 실존하는 동물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적 의미를 가진 조각상 또는 예술 작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해하여 자신의 피를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의 모습으로 표현된 기독교 상징 조형물입니다. 특히, 실제 펠리컨은 저렇게 가슴을 찢어 피를 흘려 새끼에게 먹이지 않습니다. 이는 중세 기독교 신화에서 유래한 자기희생의 상징적 장면입니다.

어떻든 오랜 기간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십자가 위의 피 흘림)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돼왔지요. 유럽 중세 교회, 수도원, 제단, 성서 삽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징 조각 또는 문양입니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어려울수록 종교의 역할이 컸었습니다. 혼란의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제대로 된 종교와 종교인이 그리워집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