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추억하다

시와 삶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추억하다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방방곡곡’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역사의 뒤안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 입력 : 2023. 06.21(수) 17:12
  • 김민지 문화평론가
보령 석탄박물관의 모습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는 6월 폐광을 앞두고 있다.

본보 6월 15일 자 사회면 기사는 ‘새롭게 날아올라라 광부들이여! 화순광업소 고별음악회 열려’라는 내용을 전했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화순광업소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석탄 시대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체 연료가 나오고 어느새 사라져 가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잠시 추억에 잠긴다. 어린 시절 웃음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부엌에서 밥을 짓고, 따스한 잠자리를 위해 우리네 어머니는 아궁이를 지켰다. 냄비 옆 박아둔 고구마는 연탄불에서 노릇노릇 군고구마가 된다. 호호 불어 꺼내 젓가락에 꽂아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연탄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기도 했다. 옛 시절을 더듬어 보면 박정희 정권 때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가 있던 시절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경제까지 뒷받침했다. 이제 드라마 회상 장면에서나 볼 수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화순군에서는 대체산업 육성의 목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키즈라라’를 출범시켰다.

비 오는 날, 석탄 시대의 추억을 더듬으며 출근길을 따라가 보았다. 가방에 시집 한 권 챙겨서. ‘광산 종사자 추모비’가 보이는 정자에 앉아 성희직 시인의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를 펼쳤다.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성희직 지음, 푸른사상, 2022), 가격 10,000원

성희직 시인은 1986년 초 강원도 정선군 삼척탄좌의 채탄 광부가 되었다. 광산근로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진폐 문제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는 투쟁에 힘썼다. 현재는 정선 진폐 상담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박사 정연수는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는 무너져서는 안 될 하늘, 막장에서까지 두 겹 하늘을 받들고 견디는 광부의 절박함이자, 대사회적 메시지이다.”며 작품해설에서 말했다.

열악한 작업 조건과 극한의 노동 환경이었지만 그들에게 기회였고 살 길이었다. 이를 통해 추억을 더듬고 경제를 이끌었다. 열심히 일하기만 한 ‘불굴의 산업 전사’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사라져 가는 직업, 진폐증만 남았다.

삶과 죽음이 바뀌는 입갱의 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돌아올 수 없는 아픔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어. 폐광 후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상실감을 떠올리며 읽어내려갔다.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1, 2, 3'이 대표시다. 화약 폭발사고, 갱내 화재로 한 가정의 대들보가 무너졌다. 가스 폭발사고와 매몰 사고로 막장이 무너져 광부의 하늘은 그렇게 무너지고 또 무너져 내렸다.

'지옥에서 돌아온 사나이'를 읽는 내내 그들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미어졌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 주검이 되었다.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막장으로 다시 들어가야 했을 마음은 어땠을까.

'숙명처럼 만난 여자'에서는 인생의 반쪽인 반려자를 만나게 된 사연이 소개된다. 옳은 일에 앞장서는 남편을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함께해준 아내의 이야기가 담겼다.

화순광업소의 272명은 가장이고,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더는 갈 수 없게 된 그곳.

지금까지 석탄 시대를 이끌었던 이 시대의 광산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글은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