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립 C미술관과 U문화관에서 2025년도부터 전시 관련 인쇄물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특정 조건을 제시해, 지역의 디자인업체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순군에서 지난 2025년도 초 1차 공고했던 화순군립 C미술관과 U문화관에서 인쇄물 제작업체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국·공립 미술관, 박물관, 문화예술기관에서 주최한 기획전시 도록을 10회 이상 제작한 업체나 개인’. ‘메인 편집디자이너로 10년 이상 근속한 자’ 등 매우 구체적인 조건과 개인의 경력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C언론사에서 전국의 어느 미술관에 없는 특정 자격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관계과에서는 불과 며칠만에 완화된 내용으로 수정해 2차 선정기준을 공고했다.

2차 공고에서는 참가자격 요건을 수정해 ‘박물관, 미술관, 문화예술기관 분야에서 출판물(도록) 개발 실적이 최근 5년 이내 3건 이상인 사업체(자)’로 수정 기재했다.

그러나 기준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순관내 디자인업체 중 단 1(2)곳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기준에 맞는 업체(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공모에 제출하는 제안서 첨부서류도 5년 이내에 제작한 도록 3권과 전시 예정인 도록 표지 디자인을 3개 제출하도록 돼 있어, 지역의 디자인업체 대부분 이 요건에 맞출 수 없어 공모조차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디자인업체 관계자는 “지역 내에도 도록 등의 전시 출판물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업체들이 있다. 지역업체들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선정기준은 지역업체와 상생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자격 기준이라고 하는데, 6개월이 다 되도록 이러한 공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B디자인업체 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 지역의 대부분의 업체는 제안서를 낼 수조차 없게 선정기준을 제시하고, 공모하라는 것은, 주최하는 행정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화순군립 C미술관과 U문화관에서 발행한 도록 중 2024년 4건 모두 한 특정업체(개인)에서 진행했고 2023년도는 4건 중 3건도 같은 특정업체(개인)에서 진행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실상 특정업체를 염두하고 자격기준을 명시해 다른 업체는 공모조차 못 하게 한 차별적인 선정기준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화순군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특정 업체나 개인을 염두에 두고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기준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포트폴리오만으로 업체를 선정해 도록 등의 인쇄물 제작을 의뢰했을 때, 디자인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전시에서 추구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어 2024년 연말에 해당 미술관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또한 “근속연수, 제작횟수 등의 경력 기준이 다소 높은 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운영위원회에서는 ‘최소한 이 정도 경력을 갖춘 업체여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국내 국·공립 미술관 관계자들은 ‘인쇄물 제작업체 선정 기준을 문서로 명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입찰에 필요한 자격(사업자 등록증에 ‘디자인 업종’ 명시) 외에 근속 연수, 제작 경험 등의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지역 내 업체 중 인쇄물 제작업체, 즉 사업자 등록증에 ‘디자인 업종’이라고 명시된 업체를 우선 선발하고 있다. 업종이 명시된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은 뒤 견적에 맞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문서로 업체선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젊은 디자이너 중 감각이 뛰어난 분도 많기 때문에, 근속연수, 제작횟수 등의 고정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전시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전국 어느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명시하지 않은 기준을, 화순군에서 2025년부터 갑자기 까다롭게 제시해 화순 관내 디자인업체들과 지역인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