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의 깊이가 끝이 없어 보이는 올빼미, 돌연변이로 태어나 몸에 유달리 멜라닌 성분이 많다./Pipi_The_Barn_Owl

사진 속 새는 일반적인 회색·흰색 부엉이와 달리, 굉장히 독특하고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 검은 면올빼미입니다.

이 올빼미는 희귀한 색 변이의 결과로 100만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칠흑의 매혹적인 얼굴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숫자 100만이면 뭔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정도는 벌어지나 봐요. 보통 면올빼미는 흰 얼굴, 노란빛이 도는 깃털을 지니는 데 반해, 이 개체는 멜라닌 색소가 많아 어두운 빛깔을 띱니다. 얼굴이 검게 물들고, 주변 깃털이 청회색으로 보이면서 일반 부엉이보다 훨씬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사람들은 매혹적이라며 깃털이 반짝이는 은하수를 연상시키고, 얼굴이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보여 판타지 영화 속 존재 같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희귀성 때문에 자연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습니다.

또는 무섭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검은 얼굴과 깊은 눈 때문에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부엉이가 종종 죽음, 불운, 신의 전령 같은 상징으로 여겨졌기에, 이런 이질적인 외형은 사람들에게 더 신비롭고 으스스한 느낌을 줍니다. 자연계에서 이런 개체는 드물기 때문에, 사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감정을 주는 것이죠.

부엉이는 여러 문화권에서 아주 다양한 상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지혜의 상징으로 그리스 신화속의 아테네 여신의 동물이 바로 부엉이였어요. 그래서 아테네의 화폐에도 부엉이가 새겨졌습니다. 밤에도 잘 보고 조용히 움직이는 능력이 통찰력과 지혜를 상징하게 되었죠. 중세 이후에 학자, 철학자 옆에 부엉이가 자주 그려졌습니다.

다음은 죽음·불길함의 상징으로 아프리카·중남미 민속에 부엉이가 울면 죽음을 부른다고 믿었습니다. 조용한 밤에 들리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공포와 연결된 것이죠. 한국·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를 흉조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수호·보호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는 부엉이를 ‘후쿠로’(ふくろう, 福郎/不苦労)라고 불러, 복이 온다, 고생이 없다.는 길조로 봤습니다. 그래서 부엉이 장식품이 행운 부적으로 쓰입니다. 한국 일부의 민속에서 집 대문에 부엉이 깃털이나 형상을 걸어두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어요.

한편, 올빼미와 부엉이는 서로 다른 종일까요? 크게 나누면 같은 종이라고 합니다. 치우천왕처럼 머리 양옆에 뿔 달린 올빼미를 부엉이라 부르면 아마도 맞을 겁니다.

문정기
도곡면 천암리 출생
화순저널 고문
공학박사
현 만안연구소 소장, (사)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