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와 정부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논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민의 삶보다 정치인 자신들의 부동산 가치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듯하다. 국민은 전·월세와 대출 이자로 허덕이는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자산가의 논리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대로는 어떤 정책도 신뢰받을 수 없다.

이제 부동산 정책은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정책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치권 스스로의 이해충돌을 끊어내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부동산을 블라인드 트러스트(신탁) 형태로 맡기고, 재임 중에는 신규 취득을 금지해야 한다. 모든 부동산 거래 내역은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독립된 감시기구가 이를 검증해야 한다.

자기 땅값과 아파트값을 걱정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집값을 논하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직하고 공정한 국회의원과 공직자를 뽑아야 한다.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투기 억제와 공평한 과세도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 중심의 투기 세력에는 강력한 세금을 부과하고, 실수요자와 1주택 장기 거주자는 보호해야 한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고, 장기간 비워둔 고가 주택에는 ‘공실세’를 부과해 시장에 임대 물량으로 돌려야 한다. 부동산은 더 이상 불로소득의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급 정책 역시 단기 성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유한 유휴시설과 공공건물을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중산층과 청년층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체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공공이 주도하되, 임대료 상한과 장기 거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토지비를 줄이고 용적률을 합리적으로 완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균형발전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임차인의 권리 보장이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한다. 전·월세 신고제를 철저히 시행하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는 주거바우처와 임차보조를 확대해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내 집’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살 집’이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도 강화되어야 한다. 모든 거래는 실명제로 이루어지고, 자금의 출처와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공공개발 정보를 사전에 흘리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부당이익 전액 환수와 함께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사회로 환원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토지가치 상승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토지투기 억제와 주거복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제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집은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공간이다. 정치권이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결은 없다.

국민의 삶을 위한 진짜 정책은, 기득권의 손이 아니라 국민의 발아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광용
화순저널 논설위원
전남대학교치과병원 아트스페이스갤러리 디렉터
화순군립요양병원 서암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