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방] 화순지역자활센터, '일자리' 넘어 '스스로 살아갈 힘'

인터뷰
[기획탐방] 화순지역자활센터, '일자리' 넘어 '스스로 살아갈 힘'
지역과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자립, 사례관리에서 자활기업 창업까지
군의 자활·자립 정책을 잇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망설이지 말고 꼭 상담부터 받으세요"
대표 사업 | 에코워싱 · 모든주택관리 · 스마트세탁 · 여미푸드시스템 · 이어쓰다
  • 입력 : 2026. 08.14(금) 15:26
  • 취재 정채하·정리 김지유
설진국 센터장은 화순지역자활센터에 대해 근로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층 주민이 건강과 정서를 회복하고 역량을 키워 경제적·사회적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기관이라고 설명했다.
▲ '재활' 아닌 '자활',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자활'을 '재활'로 잘못 부르는 순간, 화순지역자활센터가 하는 일도 흐릿해집니다. 재활이 잃었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방점이 있다면, 자활은 말 그대로 '스스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화순지역자활센터는 근로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층 주민이 건강과 정서를 회복하고 역량을 키워 경제적·사회적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지기관입니다.

자활을 단순한 취업 알선이나 한시적 일자리 제공이 아닙니다. 상담과 체계적인 사례관리, 교육과 자활근로, 사업단 운영, 취업 또는 자활기업 창업, 나아가 탈수급에 이르는 긴 여정 전체가 자활입니다. 참여자는 센터에 있는 동안은 취업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함께 만들기 위해 갈고닦는 시간입니다. 지역자활센터는 '자립을 준비하는 인큐베이터' 같은 곳입니다.

▲ 월급을 받는 일터가 아니라, 삶의 장애물을 함께 걷어내는 곳

지역자활센터는 누구나 이용하는 일반 취업지원기관과 성격이 다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 근로 능력이 미약한 조건부 수급자 등에게 맞춤형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참여 기간은 원칙적으로 최장 60개월이며, 게이트웨이 과정을 시작으로 사회서비스형과 시장진입형 사업단을 거쳐 취업이나 자활기업 창업으로 나아갑니다. 센터에서 받는 금액도 일반적인 임금이 아니라 프로그램 참여와 조건 이행에 따른 '자활급여'입니다.

경제활동만으로 자활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일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가정폭력, 질병, 정신건강 문제, 돌봄 부담, 불안정한 주거처럼 삶의 여러 층위에 얽혀 있기 때문이죠. 센터는 개인별 자립 계획과 자활 지원 계획을 세우고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해 장애 요인을 하나씩 해소합니다. 심리·정서적 회복과 사회적 관계 회복, 직무 역량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경제적 자립도 가능합니다.

아무리 급여가 높아도 일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출근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도록 삶의 전 과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자활 사례관리입니다. 최장 5년 과정이 끝난 뒤에도 안정적인 취업과 창업, 탈수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어 자활은 길게는 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설진국 센터장(오른쪽)이 김지유 대표(왼쪽)와 대담하고 있다.
▲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한 사람의 삶을 바꾼 사례관리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폭력과 양육 문제 속에서 센터를 찾은 결혼이주여성입니다. 언어 장벽뿐 아니라 가정폭력과 자녀 돌봄 등 복합적인 어려움 때문에 초기에는 출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센터는 관계기관과 자원을 연결해 안전과 양육 문제를 풀고, 당사자가 일과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장애 요인이 줄어들자 변화는 빨랐습니다. 참여자는 사업단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고, 통상 5년까지 걸릴 수 있는 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자활기업으로 독립했습니다. 지금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담은 수기를 공모한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전국 우수사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사례관리의 가치를 다시 확신하게 됐습니다. 자활의 성과는 단지 취업자 수나 매출액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시 희망을 품고 도전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실무자들이 힘든 현장을 버티는 이유도 이런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 지역에 꼭 필요한 일을 자활의 기회로

화순지역자활센터의 사업 설계에는 뚜렷한 원칙이 있습니다. 지역의 영세 상인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업종은 가급적 피하고, 민간시장이 맡기 어렵지만 지역사회에는 반드시 필요한 공익적 일을 자활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근로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참여자에게 보호된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의 생활서비스와 공공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역축제와 각종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다회용기 사업 '에코워싱'
대표 사업 가운데 하나인 '에코워싱'은 지역축제와 각종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다회용기 사업입니다. 여러 사람이 세척·운반·회수 과정에 참여하면서 직무 역량을 쌓고 지역의 친환경 정책에도 기여합니다. 장례식장 등 일상 영역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주택관리' 사업단은 370곳이 넘는 경로당의 환경 개선과 청소를 맡고 있으며, 통합돌봄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 편의 지원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경로당 관련 사업은 연간 약 1억 5천만~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참여자의 청소 기술을 높이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만드는 동시에 어르신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두 가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화순을 포함한 인근 7개 지역 소방관의 방화복을 전문적으로 세탁하고 있는 '스마트세탁'과 자활기업 '스마트플러스세탁'
'스마트세탁' 사업은 화순을 포함한 인근 7개 지역 소방관의 방화복을 전문적으로 세탁하고 있습니다. 과거 소방관 개인이 세탁하던 보호장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소방관 복리 증진에 기여하고, 참여자에게는 전문 세탁 기술과 지속 가능한 일감을 제공합니다.

'여미푸드시스템'은 아동·노인 급식과 통합돌봄 영양도시락,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연계 도시락을 공급한다. 낮은 단가와 배달 부담 때문에 민간업체가 선뜻 맡기 어려운 영역을 지키며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을 마친 사무용 가구에 '두 번째 쓰임'을 주는 재사용 사업 '이어쓰다'
'이어쓰다'는 공공기관에서 사용을 마친 사무용 가구에 '두 번째 쓰임'을 주는 재사용 사업입니다. 제가 기획해 전남 여러 기관으로 확산된 네트워크형 사업으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나온 책상·의자 등을 수거·정비해 저렴하게 공급합니다. 농가와 펜션, 소규모 사업장 등의 호응이 높아 물건을 기다리는 고객이 생길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화순지역자활센터가 보건복지부 운영성과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창업률보다 더 중요한 것, '나도 해볼 수 있다'는 용기

화순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 운영성과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행정적 성과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 의미 있게 보는 지표는 자활기업 창업입니다. 전국적으로 자활기업 창업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현실에서 화순은 최근 해마다 자활기업을 1개 이상 배출해 왔습니다.
자활기업 '오전 11시'를 출범시킨 '샐러드와' 사업단.
약 4년 동안 역량을 다듬은 참여자들이 독립해 세운 자활기업 '오전 11시'
카페 '오전 11시'는 센터에서 약 4년 동안 역량을 다듬은 참여자들이 독립한 사례입니다. 좋은 원두와 샐러드, 케이터링 경쟁력을 앞세워 지역의 대형 프랜차이즈와도 당당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매장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의 대량 주문을 확보해 고정 수익 기반을 갖춘 점도 특징입니다.

물론 모든 창업이 영원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창업도 실패 위험을 안는 만큼 자활기업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두세 명에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일 자체가 센터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활의 열매를 스스로 원하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숫자 뒤에 있는 진짜 성과입니다.

▲ 가장 큰 장벽은 편견, '참여자를 대상화하지 않는 복지'

현장에서 가장 높은 벽은 자활에 대한 오해와 편견입니다. 자활을 재활로 잘못 이해해 참여자를 장애인이나 위생에 취약한 사람으로 오해하거나, 자활사업장을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런 낙인은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하고 참여자의 자존감에도 상처를 남깁니다.

자활 성과를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참여자와 사업장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센터의 업적보다 당사자가 보통의 시민이자 소비자, 노동자, 사업가로 대우받는 일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참여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 자활의 출발점입니다.

센터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부임 초기에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기관을 불신하는 참여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투명한 운영과 일관된 존중으로 분위기를 바꿔 왔습니다. 최근 한 참여자가 센터 행사에서 "인간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좋다"고 전한 말은 화순지역자활센터의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성과'를 압축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이 '나를 버리지 않고 존중하며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곳이 화순에도 있다'고 믿게 만드는 일이 센터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설진국 센터장은 박봉 속에서도 참여자를 차별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전문성과 헌신이 오늘의 성과를 만든 기반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 공공의 신뢰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든다

자활기업은 아직 완성된 기업이 아니어서 일반 경쟁입찰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도 계약 구조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지방정부가 공익성과 지역성을 가진 사업을 발굴하고 자활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와 안정적인 물량을 만들어야 합니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배제하는 대신 센터의 역량과 공공의 지원을 더해 함께 살아갈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행정 지원에 전적으로 기대는 방식은 지양합니다. 센터가 먼저 중앙·도 단위 공모와 기금을 확보하고 사업 모델을 구체화한 뒤 부족한 부분을 군에 제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군 예산과 공약, 정책 방향을 면밀히 분석해 제안서를 만들고 관계 부서와 의회 등에 반복해 설명합니다. 한 사업이 결실을 맺기까지 3~4년이 걸려도 준비와 설득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센터의 정규직원은 6명입니다. 이들이 창업 지원과 행정, 교육, 사례관리, 사업단 운영과 현장 갈등 조정까지 맡고 있습니다. 센터장도 하나의 '역할'일 뿐이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유기적 시스템이 기관을 움직입니다. 박봉 속에서도 참여자를 차별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전문성과 헌신이 오늘의 성과를 만든 기반입니다.

▲ "망설이지 말고 상담부터" 군의 자활·자립 정책을 잇는 전문기관으로

화순지역자활센터의 장기 목표는 군의 취약계층 자활·자립 정책과 현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전문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행정이 믿고 정책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지역사회에는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참여자에게는 지속 가능한 자립의 기회를 만드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자신이 차상위계층이나 지원 대상인지 모르거나 자활센터의 존재를 몰라 기회를 놓치는 주민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센터 참여자는 약 65명으로,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주민 규모에 비해 아직 적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하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센터에서 상담부터 받아보십시오.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적인 부분까지 함께 돕겠습니다.

자활은 누군가에게 정해진 일자리를 건네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삶을 가로막는 문제를 함께 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과 연결해 마침내 스스로 선택할 힘을 되찾게 하는 과정입니다.

화순지역자활센터가 만드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만이 아닙니다. 다시 도전할 용기, 존중받는 일상, 그리고 누구도 지역에서 버려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화순지역자활센터 전경.
▲ 화순지역자활센터

연락처: 061-375-4111
주소: 전남광주 화순군 화순읍 대교로 11
홈페이지: https://hsjahwal.or.kr/
취재 정채하·정리 김지유 hsjn2004@naver.com